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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누구도 반기지 않는 ‘아육대’의 끈질긴 생명력


입력 2022.07.31 11:05 수정 2022.07.30 17: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MBC ‘아이돌스타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가 코로나19로 인한 휴지기를 끝내고 다시 돌아온다. 지난 2020 코로나19 영향으로 e스포츠 종목으로 한정해 진행했던 ‘아이돌 e스포츠 선수권대회’ 이후 2년만, 오프라인 개최로는 3년 만이다. 그런데 환영의 목소리 보단, 잡음이 크다.


ⓒ뉴시스

‘아육대’는 지난 2010년 추석부터 무려 10년여에 걸쳐 매해 명절을 책임져온 MBC의 간판 프로그램이지만, 동시에 매번 폐지 요구를 받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반 시청자들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이 프로그램이 초기에만 하더라도 MBC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2010년을 시작으로 2012년 설까지 3년간 이 프로그램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2011년 설에는 역대 ‘아육대’ 시청률 중 최고치인 18.7%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설부터는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매년 꾸준한 하락세를 겪어오면서 가장 최신 회차인 지난 2020년 설에는 2%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역대 최저 시청률이다.


‘아육대’의 폐지를 요구하는 건 대부분 아이돌의 팬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방송 초창기엔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10팀 이상의 아이돌이 출연하고, 경기를 치르는 모습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을 거듭할수록 호평이 비평으로 바뀌게 된 건 높은 부상의 위험, 악마의 편집, 방송사와 기획사 간의 갑질 의혹, 팬들에 대한 불친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이번 대회도 역시나 팬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25일 그룹 에이비식스(AB6IX) 측은 녹화에 참여하려는 팬들에게 공지 사항을 전했다. 녹화 당일인 내달 1일 오전 5시 30분부터 40분 안에 출석 체크를 마쳐야 하고, 취식이 금지된다는 것 내용이었다. 즉 10여 시간 이상에 달하는 녹화 내내 팬들이 배를 곯아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아육대’ 측은 뒤늦게 중도 입장이 가능하며 식사 역시 중도 퇴장해 진행할 수 있다고 공지를 수정했다. 그럼에도 뿌리 깊게 쌓인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일부 팬들 사이에선 보이콧 조짐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 상황도 ‘아육대’의 방송 재개를 돕지 않고 있다. 물론 방송 재개 발표 시점엔 대규모 콘서트도, 스포츠 경기도 진행될 만큼 코로나 상황이 완화 됐지만 현재는 하루 1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등 재확산세가 뚜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연예계, 특히 가요계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대회 개최를 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시청자들도, 팬덤도, 출연자도 반기지 않는 이 프로그램이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건, 지상파 음악방송이 1%대 시청률을 유지하면서도 방송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시청률은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 프로그램은 2018년 추석 방송 당시 비드라마 화제성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이래 현재까지 3년 연속으로 정상을 지켰다.


아이돌이 다수 출연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해외 VOD 수익이라든지 광고 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아육대’는 전국민적 비난을 초래할 만큼의 심각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은 방송사에서 방송을 종영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이 프로그램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건 국내 팬덤이 아니라 해외 수익이기 때문일까. “프로그램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는 이번 ‘아육대’는 결국 팬들을 위한 배려와 친절 보다는 온전히 방송사의 수익과 성과에만 집중한 재개를 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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