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표 호조, 연준 의장들 매파 발언 多
경기 침체 우려 등...“0.25%P 인상 바람직”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더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준이 고물가 대응을 위해 다음 달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준이 큰 폭의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는 0.25%p 차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또 한 번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 탄탄한 美 고용시장...“금리 더 올려야”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준 내부에서는 매파적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주에서 캔자스은행협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유의미하게 하락하는 것을 볼 때까지 (이전과) 비슷한 규모의 금리인상이 선택지에 올라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6~7월 연속으로 0.7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음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보먼 연준 이사의 발언은 정례회의 이후 연준 이사회에서 나온 첫 공개 언급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보먼 이사는 시장 전망을 뛰어넘은 지난 7월 일자리 지표를 두고 강한 노동시장의 위협은 초과 인플레이션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52만8000명 증가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5만8000명)을 크게 상회했다. 실업률도 3.5%로 전월 대비 0.1%p 소폭 하락했다.
앞서 연준 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인사로 꼽히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자이언트 스텝을 지지한 바 있다. 지난 3일에는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마저 연내 총 1.5%p 추가 금리인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잇따르자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내달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68%로, 기존 0.5%p 인상(32%) 전망을 제쳤다. 9월 FOMC 정례회의까지 두번의 물가와 고용 지표 수준에 따라 자이언트 스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한은 총재 “0.25%p 점진적 인상 바람직”
문제는 미국이 3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우리 경제의 부담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연준이 최근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2.25~2.50%로 단숨에 0.75%p 인상하면서,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 기준금리(2.25%)를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서 또 자이언스 스텝을 단행하면 기준금리 차이가 0.25%p에서 0.75%p까지 벌어진다.
한은과 정부는 과거 3차례 금리역전 사례를 언급하며, 우려할만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은은 당분간 베이비 스텝 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예상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당분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하자 10월께 꺾일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10월이 지나야 물가 둔화 여부를 짐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것도 빅스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로 시장 예측을 웃돌았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수출둔화, 원자재가 상승, 인플레이션 심화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염려다. 지난 5월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하향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고용지표가 잘 나왔지만 동행지표이고 후행적 성격이 강해 향후 물가 지표를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 중심으로 감원 이슈가 지속 나오는 가운데 물가가 안정된다면 0.5%p 인상 전망이 다시 탄력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창용 한은 총재 발언을 살펴보면 한은은 6%초반까지는 물가상승률을 감내하겠다는 것으로 읽혀진다”며 “물가가 6% 중반 이상으로 뛰고, 금리격차가 더 큰 폭으로 확대되 자본유출이 실질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이상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예상대로 3.00%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