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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이스타항공 직원들, 결국 거리로 나가 "살려달라"


입력 2022.08.23 06:00 수정 2022.08.23 07:20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이스타항공 재운항, 국토부와 '진실게임'에 무기한 연기

급여 반납하며 AOC 발급 기다린 직원들, 불안감 폭발

세종·용산·여의도 등 찾아 '피켓 시위'로 읍소 예정

이스타항공 항공기 ⓒ이스타항공

재운항을 코앞에 두고 다시 '벼랑 끝' 위기로 몰린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결국 거리로 나섰다. 재운항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운항증명(AOC) 발급이 국토교통부의 특별조사 및 경찰 고발로 지연되자, 수사와 별개로 AOC 발급을 진행해달라고 읍소하기 위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는 오는 2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회견을 열고 릴레이 단체 행동에 돌입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1인 시위'도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 세종시 국토부청사 앞에서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8일 국토부가 이스타항공을 허위자료 제출 의혹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 '무한정' 연기된 AOC 발급을 기다리며 하루 2억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감당하며 버티는 신세가 됐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1월 항공사업자 변경 면허를 발급하면서 자본잠식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회계자료를 제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토부는 자체 특별 조사 끝에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을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한 것 아니냐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잠식 여부가 면허 발급이나 AOC 재발급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속일 이유가 없었고, '셧다운'이 되기 직전의 회계자료를 충분한 설명과 함께 제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태는 면허를 발급받으면서 제출한 회계 자료의 시점을 명확히 밝혔다는 이스타항공 측과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는 국토부의 '진실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자료를 제출 받은 국토부 직원의 잘못이나 실수가 있었는지 역시 조사 대상이다.


문제는 국토부와 이스타항공이 '진실 게임'을 벌이는 동안 임직원들은 이미 버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 직원 530여명은 'AOC 발급 전'을 기한으로 급여의 일부 또는 전액을 회사에 반납해왔다. 이미 1년 이상 급여를 반납해왔다는 게 이스타항공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올해 초로 예상됐던 AOC 발급이 사실상 무기한 미뤄지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모회사인 (주)성정의 '뭉칫돈' 투입으로 국토부가 지적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난 뒤 재운항을 바쁘게 준비하던 이스타항공이 사실상 다시 파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출 없이 고정비만을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길어야 몇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앞서 지난 19일 "이스타항공과 임직원의 일자리와 생계가 달린 만큼, 수사와 별개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AOC 발급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하자 1인 피켓 시위 등을 진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현재 다수의 직원들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이번 '거리 시위'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벌써 1년이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십시일반 운영비를 모금해 이번 시위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AOC 발급이 계속 미뤄지면, 이스타항공은 물론 파산 직전의 이스타항공에 15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모회사 (주)성정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사태 장기화가 직원들의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주)성정은 직원들의 생활고를 고려해, 추가 고정비를 감당하더라도 9월부터는 유급 휴업 또는 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화면 구조조정이나 무급 휴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직원들도 '퇴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운항을 위해 훈련된 직원들이 빠져나가면, AOC 발급이 되더라도 정상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가족들과 함께 시위 현장에 나오겠다는 직원들도 있고, 협력사 직원들도 도울 수만 있다면 현장에 오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보니 직원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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