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영향 덜 받고 안정적인 수익 기대할 수 있어
'토탈 솔루션' 회사로, 사업 구도 변화 추진 중
경기 침체 따른 재고 증가 등 영향으로 가전업계가 악화된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표적인 1등 가전업체 LG전자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적인 가전 제조사 역할을 탈피하고 사업 영역을 뻗쳐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면서다.
25일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전자 임대 수익 매출은 약 38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임대 수익 매출 3230억원과 비교해 16% 증가한 수치다. 임대 수익 대부분이 렌탈 사업 혹은 부동산 임대에서 창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LG전자의 가전 렌탈 사업이 상승세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통상 임대 수익은 가전 렌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가전렌탈에서만 303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렌탈 수익료인 3040억원과 비교했을 때 다소 감소한 규모지만, 최근 가전 업계가 불황을 겪는 시즌임을 고려했을 때 LG전자가 정수기·안마의자·스타일러 등 가전 렌탈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관측이다.
LG전자의 렌탈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9년부터다. 2016년 처음 1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고 2018년 신개념 렌탈 관리 서비스 '케어솔루션'이 출시되면서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특수 효과로 처음 상반기 매출 3000억원, 연간 매출 6000억원을 돌파했다.
물론 LG전자 렌탈 사업 규모나 매출이 전체 H&A사업본부의 매출에 비하면 아직은 다소 미미하다. 다만 렌탈은 고가의 제품에 대해 처음부터 값을 치르는 게 아니라 매달 소액으로 지불하고 전문적 관리를 받을 수 있어 트렌드와 관리를 중요시하는 젊은 소비자층으로부터 각광받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상승 기류를 탄 LG전자는 현재 식물재배기 등 신가전으로도 렌탈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는 렌탈 사업 외에 특허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기준 약 8000억원에 달하는 특허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사업부가 있던 당시 애플과 크로스 라이센스를 맺어 각자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왔는데 지난해 사업을 정리하면서 지불할 특허료는 사라지고, 받는 특허만 남아 수익화된 것이다.
LG전자는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수익이 발생한 특허 내용이나 계약 대상 등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앞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사업목적에 '특허 등 지적재산권 라이선스업'을 추가했다. 지난해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남은 2만 여건이 넘는 4G·5G·와이파이 특허를 수익화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TV 플랫폼 공급을 확대하며 수익 구조 변화에 힘쓰고 있다. 그간 자사 제품에만 탑재해온 스마트용TV 운영체제 웹OS를 외부 제조사 200여곳에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간 제품의 기술이나 외형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6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합작법인 피트니스 캔디를 출범시켜 '홈 피트니스'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웹OS 기반 TV에서 원격으로 홈 피트니스 수업을 받고, 주변 기기를 결합한 신개념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앱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조주완 사장은 "이제 전통 가전 제조사를 넘어 고객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토탈솔루션 회사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 가전 제조업은 경기를 많이 탄다"며 "렌탈, 플랫폼, 특허 등의 사업 구조 변화는 외부 변수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은 기존 가전 메이커들의 기능과 성능 중심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수익 파이프라인이라는 보험을 다양하게 들어 놓겠다는 것이 업계의 장기적 차원의 구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