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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사용후핵연료 문제 정신 바짝 차려야 [유준상의 돌직구]


입력 2022.08.26 14:10 수정 2022.08.26 14:23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탈원전' 文정부, 핵연료 처리엔 지극히 미온적

국내 가동 원전 포화율 대부분 턱밑까지 꽉차

주민 갈등 최소화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처분장 확보 시기 명확하게 제시한 가이드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집트에서 3조원 '잭팟'이 터지면서 한국 원전이 13년 만에 축포를 터뜨렸다. 지난 25일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내리막길을 타던 원전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초를 치는 것일까. 원전 확대를 위해서는 1978년 원전 가동 이후 40년 이상 누적돼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원전을 주력으로 삼는 정부라고 해서 원전의 강점만 부각해서는 안 되며,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그늘진 곳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역대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정책이 미확정 상태로 임시저장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젠 명확한 정책 결정을 내려줘야 할 때다.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 핵분열 때 나오는 열로 발생시킨 증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때 우라늄이 핵분열을 마치고 나오면 사용후핵연료가 된다. 사용후핵연료는 그 자체로는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폭발 위험은 없지만, 잔열과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후속 안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원자로에서 금방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배출한다. 이에 원자로건물 내부에 위치한 습식저장시설에서 3~5년간 냉각과정을 거친 뒤 발열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외부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보관한다. 이 과정이 1단계인 '임시저장'이다.


다음은 임시저장을 통해 냉각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를 별도의 저장시설로 옮겨 40~50년간 보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이 2단계인 '중간저장'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원전을 가동 중인 31개국 가운데 22개국이 이를 운영하고 있다. 중간저장이 끝나면 사용후핵연료를 밀봉한 뒤 땅 속 깊은 곳에 묻어서 보관하게 된다. 이 과정은 3단계인 '최종처분'이다.


전국 주요 원전에 마련된 임시저장시설의 포화 시기가 도래할 예정인데, 고준위방폐물 중간저장시설은 2030년, 최종처분시설은 2050년 이후에나 구축될 전망이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24기 가동 원전 중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90% 이상인 곳은 무려 10기에 달한다.


경주 월성 원전 4호기 포화율이 99.8%로 가장 높고, 3호기 98.6%, 2호기 95.4% 등이 뒤를 따른다. 울진 한울 원전은 2호기 97.3%, 1호기 96.8%, 6호기 93.1%, 4호기 90.5% 등을 기록했다. 부산 고리 신고리 원전, 영광 한빛 원전도 2030년이면 포화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가동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턱밑까지 꽉 차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도 탈원전의 핵심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는 극히 미온적이었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기존 원전에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임시저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지만, 2031년 이후 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되기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지역이기주의'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핵심이다. 한국은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이후 수십년 동안 9차례에 걸친 논의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1990년 안면도와 1994년 굴업도, 2004년 부안에 영구처분장 건설이 논의됐지만 지역민들의 강한 반발에 무산됐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부지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공론화 진행을 속개하는 동시에 유치 지역 주민 등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저장시설 확보 시기는 처분부지 확보·처분장 운영 시점과 연계해 일정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좋다. 이 문제는 한수원에만 맡겨두는 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최종처분 과정 이전에 '재처리(reprocessing)' 과정을 통해 폐기물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재처리 기술 중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pyrocemical processing)'을 활용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1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파이로프로세싱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미국은 파이로프로세싱을 적용하면 기술적으로 핵무기의 주원료인 플루토늄 분리가 가능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언제든지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며 한국의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에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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