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LCD 기준, 하드웨어 90%까지 따라와"
삼성·LG전자 "이젠 소프트웨어 성장에 집중해야"
"잘하네요."
해외 TV 제조사 전시 부스를 둘러본 한 업계 관계자의 굵고 짤막한 한마디였다. 올해 국내 업체들이 제시한 트렌드와 솔루션을 비슷하게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TV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거의 다 따라왔다. 이제 외관 싸움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가 한창인 이날 국내 투톱 삼성전자, LG전자 관계자들은 경쟁사를 포함한 글로벌 전시 부스를 둘러본 후 공통적인 입장을 보였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TV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간 초대형·초고화질·초격차 기술을 앞세웠던 LG전자·삼성전자는 이번 IFA2022에서도 글로벌 TV 시장 1위의 면모를 자랑하면서도 중국 기업의 무서운 추격 탓에 "소프트웨어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상 TV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중국 업체 기술이 더이상 한국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TV 산업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은 바로 중국의 TCL. 올해 삼성과 LG가 주목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춤형 TV' 솔루션이 TCL 전시 부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놀기 위한 스크린, 쉬기 위한 스크린이 모두 등장했다.
TCL은 2500㎡ 크기의 부스에 초대형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98형 QLED 4K, 8K TV와 다양한 사이즈의 미니LED 4K TV(C835, C935)도 선보였다. '홈 시네마' 스타일도 빼놓지 않았다. 프리미엄 사운드바 X937U로 함께 전시해 홈시어터 공간을 구현했다.
아울러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안경 '넥스트웨어(NXTWEAR)'를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75g에 불과한 안경을 쓰면, 4m 가량 떨어진 140형 초대형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TCL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3등이다. 지난 2019년 0.9%에 불과했던 TCL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13.9%까지 올라섰고, 그 뒤를 이어 또다른 중국기업 하이센스가 올 상반기 처음으로 점유율 5%를 넘기며 따라붙은 상황이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중국 시장에는 아직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TCL 부스에서도 LCD와 미니LED 제품만 전시돼 있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LCD쪽만 놓고 봤을 때는 90% 쫓아왔다"는 반응이었다. 아울러 TCL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화질을 갖게 되면 굉장히 위협적일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이에 국내 업계는 이제 TV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반응을 비롯해 향후 OLED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이다. LG쪽 한 관계자는 "LCD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LCD를 꽉 잡은 중국과의 격차를 늘리기 위해, 계속해서 OLED에서의 기술적인 초격차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도요타나 GM 등이 테슬라에게 따라잡힌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였다"며 "우리 역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소비자 경험으로 차별화를 해야한다. 어떻게 쉽게 쓰고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의 차이를 내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프트웨어 차원의 경험은 카피가 쉽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양사 관계자들은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더 갖출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치열한 연구를 할 것"이라며 "조금 더 하이엔드, 조금 더 가치있는 경험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 역시 "콘텐츠 소비 형태와 거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게임, 재택근무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스크린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측면을 부각시키되 소비자가 원하면 어떤 제품이 형태든 늘리고 라인업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