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윤석열 고발·김건희 특검법 등 초강수 맞불
이재명은 민생 행보, 원내지도부는 대여 강경 투쟁
투트랙 전략에도 불구 '민생 제일주의' 힘 잃은 모습
사법리스크 장기화될 경우 단일대오 유지 힘들 것이란 전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 백현동 아파트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된 발언 등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반면, 박홍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은 검찰의 이 대표 기소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고발(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및 장신구 재산신고 누락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과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허위경력·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당론 발의' 등을 통해 대여(對與)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 사저 사적 수주 의혹과 대통령실 사적 채용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는 이미 제출한 상태다.
전면전 태세에 나선 당 분위기와 달리 이 대표는 검찰 기소와 관련해 최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대신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7일)을 찾거나,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인사 일정(8일)을 진행했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 소식이 전해진 8일 오후에도 이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에는 불참한 채 지역구에 있는 인천 계양산 시장을 찾아 바닥 민심을 훑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선 "아마추어 보복정치를 중단하라"면서도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언제든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 추석 직후에라도 만나 지금 우리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민의 물음에 답해드리자"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이 대표는 추석 당일인 10일엔 성묘를 위해 안동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2시간 가까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깜짝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11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핵무기 전력) 법제화'와 불포기 선언을 한 것과 관련해 비판 메시지를 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투트랙 전략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사정정국 블랙홀'에 빠져들면서, 이 대표의 '민생 제일주의'와 '유능한 대안정당' 기치는 사실상 힘을 잃은 모습이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난항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와 재의에 부쳐지는데, '재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들 사이에서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고, 최근 당 전략기획위원회에서 김건희 특검법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여론이 60%를 넘긴 만큼, '여론전'을 통해 국민의힘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만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자의 62.7%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2.4%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이 중요하다"며 "우리 당이 여론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 주도권을 쥐고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이 무조건 반대만 외치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단일대오'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번에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해서도 검찰의 추가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할 때마다 당이 '이재명 지키기'에만 몰두하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한편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성환 정책위의장, 박범계 윤석열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장 등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오는 1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추석 민심과 검찰의 이 대표 기소에 대한 당의 구체적 대응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