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1430원 돌파…13년 6개월만에 최고치
해외직구 시장 타격 불가피…업계 "상품 다양화·할인" 승부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30원대를 넘어서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고환율 현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해외직구(직접구매) 시장 성장세가 꺾일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해외직구는 원·달러 환율의 등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온라인 쇼핑 해외직구 구매액은 4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원·달러 환율은 1180.1원에서 1144.4원으로 3.0% 하락했다.
반면 올 2분기 해외직구 구매액은 전분기 대비 9.2% 감소한 10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일평균 원·달러 환율은 1204.9원에서 1259.6원으로 4.5%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충격과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이 맞물리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3분기에는 해외직구 구매액 규모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커져 연말까지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해외직구 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최소 4.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상분이 아직 다 반영되지 않은 만큼 환율 상단을 1450원에서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커머스 업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온라인 쇼핑을 통해 직구를 하는 소비자가 증가하자 관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관세나 배송비, 통관 절차 등 복잡한 절차를 단순화하며 소비자들을 더욱 끌어 모았다.
그러나 고환율로 직구 가격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환율 속에 해외직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아마존과 협력해 론칭한 해외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 중인 11번가는 인기 상품을 특별 할인가에 판매하는 딜과 아마존위크 등 할인행사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G마켓도 할인 쿠폰 등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롯데온 역시 상품을 다양화하고 매월 9일을 ‘직구온(ON)데이’로 정하고 해외직구 상품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달에는 추석연휴 기간 해외직구 행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달 행사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나를 위한 선물 및 용돈, 상여금 등으로 명품 수요가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미연 롯데온 해외직구MD는 “최근 환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롯데온은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과 인기 상품 등을 중심으로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엔저현상을 활용해 주요 브랜드의 일본 직구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 오픈 이후 고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10월부터는 가을·겨울 시즌 신상품을 중심으로 할인 및 이벤트, 빠른 배송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