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호텔업계, 반복되는 바가지요금 논란…“우리도 억울”


입력 2022.10.05 06:32 수정 2022.10.04 17:0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연말 숙박료, 최소 40% 이상 치솟아

소비자, 금전 피해 심리적 상실감 호소

가격 상승폭 제한 등 업계 자정 노력 촉구

호텔업계 “일정한 가격 책정 기준 있어” 반박

롯데호텔 서울 메인타워 객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롯데호텔

연말마다 되풀이 되는 ‘호텔 숙박료’ 바가지 요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불꽃축제, 할로윈 등 각종 행사가 몰려있는 시기 호텔 숙박료는 최소 두 배 이상 껑충 뛰지만, 이렇다 할 만한 대안책이 없어 상승폭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불꽃축제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콘래드 서울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온라인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오는 8일에 예약을 원하는 손님들은 유선상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 가능하다.


특히 객실에서도 불꽃을 볼 수 있는 콘래드서울에서는 지난 6월 불꽃패키지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예약이 마감됐다. 저녁과 조식이 포함된 한강뷰 객실은 하룻밤에 세금 포함 74만8000원에 달해 평소 주말 패키지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소비자들이 여의도 불꽃놀이 호텔 패키지를 구매하는 이유는 그만큼 확트인 뷰(view)에서 불꽃놀이를 편히 보기 위해서다. 불꽃놀이 명당자리로 입소문을 탄 콘래드 서울 호텔이 그 동안 1박당 100만원대 가격에도 패키지를 ‘완판’했던 이유다.


대체휴무가 낀 주말에도 호텔 숙박료는 대체로 크게 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통상 크리스마스, 설날 등 성수기 연휴 시기 평일 대비 가격 인상 폭이 최소 40%이상 차이가 난다. 예약율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있어 수요에 따른 변동 사항이 크다.


일례로 올해 크리스마스를 기준으로 평일과 숙박료를 비교해 봤을 때, 40~70%까지 차이가 났다. 예를 들어 같은 롯데호텔이라 하더라도 호텔 브랜드와 위치, 객실 수 등에 따라 최대 200% 까지도 가격차가 벌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룸 가격의 경우 일반 상품처럼 소비자 가격이 딱 정해진 구조가 아니라 서비스를 포함해 판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높다”면서 “주말, 연휴 등에 고객 니즈가 높아지면 수요와 공급 변화로 가격 역시 변동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연말 호캉스를 빠르게 계획하는 경우 11월 초부터 예약을 시작해 12월 초에는 원하는 룸 타입이 마감될 수 있다”면서 “올해는 연말에 외국행 휴가를 계획하는 수요도 꽤 있을 것으로 예측돼 국내 숙박료 인상폭을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워커힐, 다양한 크기의 ‘잭오랜턴’으로 핼러윈 분위기를 살린 포레스트 파크 ⓒ워커힐
◇ “연말 한 몫 챙기자” 10배 이상 치솟는 금액에 상승폭 제한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호텔업계 가격 상승폭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객들이 바가지 요금으로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 상실감마저 호소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호텔업계 바가지 요금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앞서 부산에서는 BTS의 공연으로 인근 호텔과 모텔 등의 숙박료가 크게 올랐다. 6만원대인 숙박료를 61만5000원까지 높게 책정해 논란이 됐던 한 모텔은 이날 기준 공연일 당일 예약이 마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통행에 불편함을 겪으면서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서울 강남의 일부 숙박업소에서 평소보다 높은 숙박료를 챙겨 논란이 됐다. 강남역 인근 한 모텔은 지난달 8일 기준 평소 9만원을 받던 숙박료를 30만원으로 책정해 폭리를 취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바가지 요금 책정을 행정관청이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중위생관리법 4조와 시행규칙 7조에는 ‘숙박영업자는 업소 내에 숙박업신고증을, 접객대에 숙박요금표를 각각 게시해야 하며, 게시된 숙박요금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특급호텔업계는 일반 모텔과 가격 책정 과정 자체에 차이가 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을 막무가내로 올려받진 않는다는 것이다.


또 수도요금 전기세 등이 치솟고 있는 데다, 인건비 등이 전부 오른 상황에서, 구인난 마저 심각해 감내하고 있는 부담도 크고, 일반 숙박업소와 서비스 등에서도 차이가 있어 비교가 불가능 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특급호텔이 막무가내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책정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어서 각 판매채널(홈쇼핑, 코퍼레이트, OTA, 공식홈페이지) 등으로 쪼개져있다”며 “목표하는 경영 숫자를 달성 하기 위해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상승폭을 일정 제한하게 된다면 개인 숙박업소는 제외하고 특급호텔만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급호텔들은 사실상 제한을 걸고 폭리를 취할 만큼 가격을 올리지도 못한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모텔들은 주인이 바로바로 가격 수정할수 있어서 실시간 가격 대응이 가능하지만, 큰 호텔들은 가격 책정할 때 거쳐야 할 단계들이 꽤 많아서 연말을 노린 폭리를 취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