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北피살 공무원 사건’ 조직적 은폐…왜곡·짜깁기”…감사원 중간 감사결과 발표
“안보실로부터 피살 정보 받고도 공무원 수색·구조 유지”
국방부, 장관 지시 따라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 삭제
감사원, 안보실 등 5개 기관 20명 검찰 수사 요청…'골든타임 3시간 미스터리' 끝내 못 풀어
감사원은 이른바 ‘북한 피살 공무원 사건’ 중간감사 결과,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고(故) 이대준 씨를 자진 월북으로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증거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위적 노력으로 자진 월북했다’는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 실험·분석 결과를 왜곡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 씨가 2020년 9월 22일 18시 36분 북한군 선박에 밧줄로 묶여 표류 중이라는 사실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된 뒤 같은 날 21시 40분께 이 씨가 사살·소각되기 전까지 이 씨를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 3시간 미스터리'는 끝내 풀지 못했다.
앞서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청하면서 ‘정치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지만, 정작 수사 요청 대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제외했다.
14일 감사원이 공개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0년 9월 23일 밤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군 첩보를 관계부처와 공유·논의하면서 아침까지 추가 첩보를 확인한 후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하고 회의참석기관에 보완 유지 지침을 하달했다. 그러나 같은 날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가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는 이 씨의 피각·소각사실을 제외했다.
이후 해양경찰청이 같은 날 밤 2시30분경 안보실로부터 피살 정보를 전달받고도 이 씨 수색·구조를 유지했고, 국방부 등은 장관 지시에 따라 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통일부는 같은 달 24일 오후 2시경 장관 주재 간부회의에서 ‘통일부가 이대준 씨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논의했다.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최초 전달받은 같은 달 22일 오후 6시경이 아닌, 같은 달 23일 밤1시로 하기로 했고, 사실과 다른 최초 인지시점으로 국회‧언론 대응자료를 작성‧제출했다.
특히 감사원 중간감사 결과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은 낮게 봤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1일 오후3시25분경 합참으로부터 조류 방향(북→남), 어선 조업시기 등을 이유로 이 씨의 월북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받았다. 국정원도 같은 달 22일 오후6시경 월북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9월 22일 오후 7시 40분경 국방부 장관에게 이 씨의 월북 의사 표명 첩보가 최초 보고됐고, 피살‧소각된 이후 같은 달 23일 밤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공유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안보실은 9월 23일 오전 8시30분경 북한군에 의한 이 씨의 피살‧소각 사실 등을 대통령에 대면 보고했다. 안보실은 근거가 없는데도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됐다는 등의 내용을 언급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조사한 결과 이 씨의 월북의 판단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월북 의사 표명은 거듭된 질문 끝에 나온 것이고, CCTV는 고장난 상태였다. 슬리퍼의 소유자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후 국방부는 같은 날 오전 10시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종합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월북 의도가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고,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 착용 등 네 가지 내용을 자진 월북의 근거로 들어 ‘자진 월북 시도 가능성,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작성했다.
진행 중인 해경 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방부가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하고, 결론에 맞지 않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은 해경이 이 과정에서 미확인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증거를 은폐하고 실험 결과를 왜곡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생활 공개 등 사실과 다르게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해경이 이 씨의 실종지점과 발견지점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표류예측 실험을 실시했는데 분석결과를 왜곡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이 씨가 발견 당시 입고 있던 구명조끼에 한자가 적혀있다는 자료를 보고 받은 당시 해경청장이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고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전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안보실, 국방부 등 5개 기관에 소속된 20명에 대해 직무 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