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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금리인상 기조 지속…포워드 가이던스 재고해야”


입력 2022.10.15 23:01 수정 2022.10.15 23:07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강연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 고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으로 한국의 정책금리를 2.5%에서 3%로 인상한 것과 관련해 변동금리 대출이 60%를 웃도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빅스텝은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에 버금가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은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변동성으로 인해 통화정책 경로를 불가피하게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었다며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 대한 고민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해 공유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미국 씽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사상 첫 50bp(0.5%p) 인상한 후 이달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5%대의 물가를 잡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협의체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합동 연차총회’에 참석한 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귀국은 17일 예정이다.


강연에서 그는 “이번 빅스텝은 지난 7~8월에 언급했던 포워드 가이던스의 전제조건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으로 글로벌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으나 예상 밖의 환율 상승으로 5~6%대의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환율에 대한 고민도 언급하며 “빠른 평가절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5~6%대 수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의 폭에 대해서는 7월과 달리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는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 OPEC+의 감산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움직임, 중국의 당대회 후 제로 코로나 정책의 변화 가능성, 엔화와 위안화의 변동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국이 점진적 금리인상을 시행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코로나19 이동제한조치(lockdown)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했던 데에 힘입어 생산손실은 작았고 회복이 상대적으로 빨랐으며, 물가 상승률도 2% 중반으로 높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초저금리 환경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주택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아졌으며, 올해 2월 이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석유 가격이 상승했고, 그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5%대까지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한국은행

이 총재는 특히 최근 불거진 포워드 가이던스 비판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9월 연준의 점도표에 나타난 올해 말 금리는 7~8월 한국은행이 생각했던 수준보다 50bp 이상 높았고, 이후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한은이 7월에 금리 인상폭을 25bp로 미리 제시함으로써 한·미금리 역전 및 역전폭 확대에 대한 기대 강화를 통해 환율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향후 1년 이내에 물가가 3% 정도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금융시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50bp가 인상된 사실에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며 “미국의 경제여건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편이며 노동시장 과열도 덜한 상황이어서 연속적인 빅스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또 “7~8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25bp 인상 기조는 9월 FOMC의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임을 조건부로 이야기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한은은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Fed로부터는 독립돼 있지 못하다’고 미리 설명했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이나 약속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이 총재는 “한은은 그간 대외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을 고려해 미래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언급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지만 제가 취임한 후 한은은 금통위의 생각을 시장과 보다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대외요인을 통제하기 어려운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어느 속도로 이러한 관행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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