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社 BIS 비율 올해 일제히 하락
신종자본증권 자금 조달 경쟁 치열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자본력 지표가 올해 들어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위기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에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그룹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평균 15.42%로 지난해 말보다 0.41%포인트(p) 떨어졌다.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 값으로, 금융사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리금융의 BIS 비율이 14.23%로 같은 기간 대비 0.82%p 하락하며 최저를 기록했다. KB금융 역시 15.63%로, 하나금융은 15.86%로 각각 0.14%p와 0.43%p씩 해당 수치가 낮아졌다. 신한금융의 BIS 비율도 15.94%로 0.26%p 떨어졌다.
이처럼 자본력이 나빠진 건 금융 자산을 둘러싼 리스크가 몸집을 불리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대출이 급속도로 몸집을 불린 와중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여신에 잠재된 리스크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위험가중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1042조920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3%(71조437억원) 늘며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위험가중자산은 금융사가 빌려준 돈을 위험에 따라 다시 계산한 수치다. 대출금이나 유가증권 등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을 유형별로 나눠 각각의 위험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 값이다.
문제는 금융사의 위험가중자산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지난 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세 번 연속으로 단행하면서,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서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은 4.4%로 예상됐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내에 이 같은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1.25%p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11월과 12월의 FOMC에서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과 빅스텝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최근 금융그룹들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자본력 지표를 끌어 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배당으로 인한 자금 유출과 자사주 매입·소각은 BIS 비율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본 확충을 위한 금융그룹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는 영구채여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올해 들어 8월까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누적 금액은 총 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4조6000억원을 뛰어 넘었다. 이전 최대 발행 규모였던 2020년의 5조3000억원도 이미 돌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이 있지만, 금융 불안 장기화로 인해 금융그룹들의 관련 채권 발행 수요는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