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어 OLED 명가 LG전자도 참전
향후 실수요 대응 위한 기반 마련 차원
삼성 "다양한 사이즈" VS LG "100인치 이상"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글로벌 시장 재편·TV불황 영향으로 인해 OLED 등을 포함한 프리미엄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최근 또다른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LED(발광 다이오드)에도 점차 주목하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출범한 마이크로 LED 산업협회에 가입했다.해당 협회는 지난 7월 공식 출범했다. 마이크로LED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관련 기술 표준 수립 등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LG전자는 조만간 가정용 라인업을 처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간 마이크로 LED가 대형화 추세에 맞춰 상업용 사이니지 위주로 만들어졌던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기존 기술력을 활용해 라인업 다변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22에서 136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하기도 했다. 당시 LG전자는 자사 주력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최대 97인치로 제한하는 대신 그 이상 대형 TV 수요는 마이크로 LED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지금까지 마이크로LED는 LG전자의 OLED에 맞서 삼성전자가 주도해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89·101인치 제품 본격 판매를 위해 국내 전파인증도 완료하는 등 마이크로LED 라인업 확대에 힘쓰고 있다. 110형은 이미 지난해 초 내놨다.
이처럼 마이크로LED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가 100인치 이하로까지 마이크로LED TV 제품을 확장할 계획을 내놓고 LG전자가 100인치 이상의 초대형 위주의 생산 전략을 짜면서, 마이크로LED 시장은 플레이어가 늘어난 만큼 더욱 확장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초소형 LED 소자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TV에 달린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 없이도 스스로 빛과 색을 내는 '자발광' TV이며 선명한 초고화질을 구현한다.
언뜻 미니LED와 개념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발광' 특성으로 인해 액정이 필요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오히려 OLED와 유사하다. 다만 무기물에 기반해 유기물인 OLED와 달리 번인(잔상) 현상이 없다. 패널을 모듈 형태로 조립하는 형태여서 초대형화도 무리가 없다.
이같은 많은 장점에도 시장 확대가 어려웠던 이유는 대당 평균 1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 때문이다. 초소형 LED 소자 수백만 개를 이어붙여야 하기에 생산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작은 크기의 패널에 수많은 소자들을 넣기 어려워 소형화도 쉽지 않다.
이처럼 마이크로LED의 대중화는 더딜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은근한 기대감을 거는 분위기다. 시장에 뛰어드는 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차차 가격이 잡힐 것이라는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IFA2022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의 말을 전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당시 "LCD가 처음 나왔을 때 40인치가 디지털TV도 아닌데 9999불이었지만 지금은 엄청 싸졌다"며 "기술과 발전,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면 가격 단위는 자연히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럼에도 "단기간 내 대중화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마이크로LED TV는 시장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억 단위 TV를 누가 사느냐"며 "그럼에도 실수요가 생길 때를 대비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빠르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시장 판매까진 아니더라도 삼성전자 및 LG전자가 마이크로LED TV에 관심을 돌리는 이유는 향후 TV 사업에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 전쟁, 중국의 추격 등으로 국내 TV 세트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업계는 한국디스플레이 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마이크로LED를 포함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생태계 구축사업에 돌입하고 있다. 앞서 5월에는 산업통산자원부가 지원하는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에 마이크로LED 산업 육성이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형 마이크로LED 시장은 올해 5400만달러(약 761억원)규모로 예상되지만, 매년 204%씩 성장해 2026년에는 45억달러(약 6조345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