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외화표시채권의 가격이 이번 달 들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 충격파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외 외화채권시장에서 흥국생명 액면가 100달러 신종자본증권의 거래가는 지난 4일 기준 72.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지난 달 말(99.7달러)보다 30% 가까이 급락한 수준이다.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상환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시장 여건 악화로 차질이 생기자 이처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자본증권은 콜옵션 조건이 부여돼 있어 조기상환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 디폴트의 의미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암묵적 관행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달 상환을 예상하고 100달러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를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이 실시되지 않은 건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다.
이 여파로 다른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가격도 뚝 떨어졌다. 2025년 9월에 콜옵션 만기를 맞는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10월 말 83.4달러에서 이번 달 4일 52.4달러까지 떨어졌다.
또 내년 8월 만기인 신한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달 96.6달러에서 이번 달 3일 88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10월 말 87.5달러에서 이번 달 4일 77.8로 하락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빠지면서 수요가 줄고 발행 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정부 정책이 나오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갈 수 있지만, 글로벌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달러채권의 경우 한국의 정책으로 온기를 퍼뜨리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