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약류 범죄 예방 등 업무를 수행 中…현장 가서야 참사 확인”
밤10시48분 다른 형사팀들을 사고 현장에 재배치 후 질서유지 지원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형사인력, 홍대보다 15명 많아
경찰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된 지 29분 만에 형사인력을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애초 이태원 일대에 마약·강력범죄 담당 형사인력을 대거 배치했으나 정작 마약단속 실적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배치된 형사인력이 사고를 처음 인지한 시각은 오후 10시44분이다. 사고 발생 29분 만이다.
경찰은 이들이 마약류 범죄 예방 등 업무를 수행 중이었고, 지원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해서야 사고 사실을 확인해 상황 파악이 늦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참사 당일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용산·동작·강북·광진경찰서 소속 10개 팀 52명의 형사인력을 이태원에 배치했다. 이들은 이태원파출소·119안전센터·이태원로·세계음식문화거리 등 사고 장소 근처에 배치돼 클럽 마약류 점검·단속과 순찰 활동을 했다.
이들 중엔 이태원파출소 인근에서 마약 단속·점검을 준비 중이던 용산경찰서 강력6팀이 사고 발생 22분 뒤인 오후 10시37분 출동 지시를 받고 오후 10시44분 현장에 처음 도착했다. 용산서 강력6팀장이 위급한 상황을 확인해 황급히 보고했다.
경찰은 오후 10시48분 다른 형사팀들을 사고 현장에 다시 배치한 뒤 심폐소생술(CPR) 등 구조작업과 질서유지 지원을 맡겼다.
사고 발생 이전 형사인력이 질서유지를 위해 한 일은 오후 9시33분 용산서 형사기동차량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으로 이동시켜 인파 분산을 유도한 게 전부다.
경찰은 “당시 배치된 형사 인력의 기본 업무는 현장 통제나 질서 유지 등이 아니라 마약류 범죄 예방과 단속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형사인력(10개팀 52명)은 홍대(7개팀 37명)보다 많았다. 마약범죄 전담하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태원에만 투입됐다.
경찰은 핼러윈을 앞두고 클럽 주변과 화장실·계단 등 마약류를 투약하기 쉬운 장소를 중심으로 순찰하고, 투약사범을 검거하면 공급자와 클럽 등 관계자의 방조 혐의를 수사하겠다는 내용의 마약단속 계획을 세웠다.
실제 참사가 발생한 오후 10시15분 마약단속 담당 형사팀들은 용산서 형사과장으로부터 근무 관련 교육을 받고 현장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참사 당일 근무한 형사팀들로부터 마약 관련 검거인원을 취합한 결과 단속 실적이 전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