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디케의 눈물 41] "회식 후 무단횡단 사망, 공무상 재해…중과실 없다, 순직"


입력 2022.11.15 05:30 수정 2022.11.15 11:05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사망 공무원 유족, 순직유족급여 가결 중과실 결정처분 소송 제기

법조계 "교통사고 차량 과속, 망인 책임질 수 없는 부분…고의 중과실 없다고 판단"

"무단횡단 잘못했지만, 과실에 불과…사고 차량 과속 사실, 참작 사유 해당"

"회식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상황…회식으로 인사불성 됐으면 조직이 책임져야"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지난 8월 12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인근 도로에서 경찰들이 계도 활동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회식 후 만취 상태에서 무단 횡단하다가 차에 치여 숨진 공무원은 순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회식도 업무의 연장 선상이기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6급 공무원 A 씨의 유족이 '순직유족급여 가결 중과실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20년 6월 10일 부서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집 근처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린 A씨는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차에 치여 숨졌다. A씨 유족은 같은 해 10월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인사혁신처는 A 씨가 퇴근 중 사고를 당했다고 인정하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A 씨가 업무사항으로 회식했다는 것을 순직급여 판단의 근거로 본 것으로 분석했다.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는 "중과실이면 유족급여를 2분의 1로 감액하거나 아예 안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재판부가 엄격하게 본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으로 술 마시고 했으면, 중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번 사건 판결을 맡은 재판부는 교통사고도 엄밀히 말하면 신호를 안 지킨 것도 있지만, 가해 차량의 책임도 있기에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판결의 쟁점은 A 씨가 무단횡단을 했기에 안전수칙을 위반했으므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느냐는 것이었다. 실제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하는 인사혁신처는 "만취 상태라 해도 무단횡단한 것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천명 박원경 변호사는 "법원은 A 씨의 상황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교통사고 차량의 과속은 A 씨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아울러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업무와 무관하게 잘못해서 사망한 것은 아닌 상황이다. 이처럼 재판부는 A 씨에게 고의 중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고를 낸 차량이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주행한 점도 사건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실제 신 변호사도 "A 씨가 무단횡단을 한 것은 잘못했지만, 이는 과실에 불과하기에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재판부가 결론 내린 것 같다"며 "법원은 사고 차량이 과속한 사실을 참작 사유로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으로 인해 A 씨는 자연스레 순직이 인정됐다.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최근 법원은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해 과거보다는 회식도 업무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회식이라는 것은 참석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상황들이기 때문이다"며 "회식으로 인사불성이 됐다고 하면 퇴근하는 것도 결국 조직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본 판결이다. 이 사건 A 씨가 만약 일반 회사원이었으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 판결에 대해 신 변호사는 "중과실로 인해 순직 급여를 못 받거나 감액된 채 받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며 "앞으로는 유사 사건에서 이번 판결의 쟁점이었던 중과실 여부에 대해 재판부가 엄격히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디케의 눈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