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16일 '화성 뉴 캠퍼스' 설립 기공식
EUV 장비 유지 보수 및 교육 목적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 한층 'UP' 기대
메모리에 치중됐던 국내 반도체 산업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 강화에 본격 돌입한다.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위해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국내 캠퍼스 설립을 공식화하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이날 경기 화성에 장비 유지보수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등을 포함한 '화성 뉴 캠퍼스' 설립에 돌입한다. 이는 2024년 말까지 2400억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으로 ASML이 해외 지사에 직접 투자하는 첫 사례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세대 반도체 핵심 제조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반도체를 직접 만들진 않지만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들에 장비를 독점 공급한다. 다만 해당 장비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ASML은 업계에서 '슈퍼을(乙)'로 통한다.
해당 장비가 반도체 제조 기업들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인 EUV 공정 때문이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저전력·고효율 칩을 만들 수 있을 뿐더러 회로를 좁히면 칩 크기가 줄어 한 웨이퍼에서 더욱 많은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대당 2500억원에 달하는 고가인데다 생산 가능 수량이 1년에 약 40대 안팎이어서 장비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한 상황이다. 해당 장비가 필요한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와 각축전을 벌여온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ASML과의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이 필수 과제로 꼽혀왔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일정 중에도 ASML 경영진과의 면담을 포함시키는 등 EUV 장비 도입을 위해 협력에 공을 들여왔다. 화성 뉴 캠퍼스 첫 삽을 뜨는 16일 기공식에서도 베닝크 CEO와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EUV 노광기 및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하이NA EUV 노광기 공급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SML이 경기 화성에 캠퍼스를 설립하는 이유 역시 이같은 파트너십과 무관하지 않다. 대형 고객사인 삼성전자 사업장과의 가까운 위치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닝크 ASML CEO는 전날 간담회에서 "재제조센터(로컬리페어센터, 이하 LPC)가 들어서면 한국 현지에서 부품을 바로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고객사와 긴밀한 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재제조센터(LPC)는 기존 ASML 장비에서 나온 부품을 수리해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베닝크 CEO의 발언대로 재제조센터가 완공되면 기존에 ASML 장비를 구매한 삼성전자는 이전처럼 해외에 제품을 보내 수리를 맡기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국내에서 즉각 보수가 가능하다. 핵심 설비 유지 및 보수가 훨씬 유리해질 수 밖에 없어, 대만 TSMC 등에 비해 뒤처졌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도는 이유다.
또한 ASML의 화성 뉴 캠퍼스는 향후 반도체 제조 장비 '수리 및 교육' 기관을 넘어 제조 공장으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있다. 베닝크 CEO는 "ASML의 방침은 제조와 연구·개발(R&D)이 함께 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고 그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당 장비가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리드 타임'이 상당히 긴데, 최근 인텔마저 파운드리에 진출하면서 차세대 EUV 장비 확보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ASML의 시설이 완공되면 국내 반도체 업체의 핵심 장비 유지·관리가 지금보다 훨씬 쉬워진다. 장비 수리 시간도 줄어 설비 가동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SML의 고객사 비중을 봤을 때 전체의 30% 정도가 국내 기업이다. TSMC에 버금가는 주요 고객이자 놓칠 수 없는 고객 아니겠느냐"며 "메모리반도체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유지에 이어 다소 뒤처졌단 평을 받아왔던 파운드리 부문 역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4년 완공 예정인 ASML의 '화성 뉴 캠퍼스'에는 재제조센터를 포함해 트레이닝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ASML은 향후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현재 10%대인 국산 수리부품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