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차이 0.05%P로 축소
자금 수요 쏠림에 상승 압박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가계대출 이자율 목전까지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시장의 여건 악화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기업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 기업과 가계 대출 사이의 금리 역전 현상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 수요 쏠림이 금리를 끌어 올리면서 다시 자금조달 비용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기업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한국은행 따르면 올해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기업대출의 가중평균금리는 연 5.27%로 전월 대비 0.61%포인트(p) 오르며 2012년 9월(연 5.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금리는 0.7%p 상승한 5.08%,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0.62%p 오른 5.49%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달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5.34%로 같은 기간 0.19%p 오르는 데 그쳤다. 안심전환대출이 취급된 데다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낮은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로써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금리 차는 지난 9월 0.49%p에서 한 달 새 0.05%p로 좁혀졌다. 기업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최근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은행 대출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어 회사채 금리도 급등했다. 자금이 급한 기업들이 무한정 금리를 올리면 채권 발행에 나서기 보다, 차라리 은행 대출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 5대 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은 이 기간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674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768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693조6475억원으로 1조4353억원 줄어든 것과 상반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기업대출 금리는 조만간 가계대출 금리를 역전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까지도 정부가 돈을 풀어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자금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채권안정펀드 출자 금융기관에 대해 RP매입을 통해 최대 2조5000억원까지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1차 때 3조원 가량 지원한 데 이어 두번째 지원이다. 금융당국도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권과 손잡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증권사 기업어음 매입 등에 1조원+α 규모로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기업대출 수요가 늘어 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악순환이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지난 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710조4213억원으로 한 달 새 또 다시 5조7000억원 늘었다. 수요가 몰리면서 기업대출 금리를 둘러싼 상승 압박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난 달 29일 "고금리 장기대출 취급이 늘고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은행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