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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케이블' 강자 LS전선, 이유있는 兆 클릭


입력 2022.12.13 11:13 수정 2022.12.13 11:13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美·英·亞에서 연이은 수주낭보…첨단기술·네트워킹 효과

늘어난 신재생에너지 시장 발 맞춰 해상풍력 시장 성장세 기대

해저 시공 기술 갖춘 KT서브마린 지분 확보로 수주 경쟁력 ↑

LS전선 동해 공장에서 생산된 해저 케이블이 포설선에 선적되고 있다.ⓒLS전선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LS전선이 '귀한 몸'으로 떠올랐다. 탄소중립 흐름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해저케이블 분야의 첨단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LS전선과 손 잡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LS전선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글로벌 수주에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해냄으로써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만 올해에만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주를 달성했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증가로 내년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최근 유럽, 북미, 아시아 시장에서 대규모 해저케이블 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올해 수주 규모만 약 1조2000억원으로 영국 북해 뱅가드(Vanguard) 풍력발전단지, 대만 하이롱 해상풍력단지 등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하게 된다.


'전력 케이블의 꽃'으로 불리는 해저케이블은 해상 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동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전선이다. 예측이 어려운 바다 속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국가·대륙간 전력망 연계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저케이블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해상 풍력발전에서는 초고압 해저케이블이 필수적으로 고난이도 기술력이 요구된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현재 글로벌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스웨덴 ABB 등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 국내 기업인 LS전선이 선전하며 '빅4'를 형성하고 있다.


처음부터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강자였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선 시장은 막강한 기술력을 갖춘 유럽 업체들이 수주를 '싹쓸이'했었다. 국내 입찰도 마찬가지였다.


LS전선은 후발주자였으나 해외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 다년간 첨단 기술개발에 매달려왔다. 바다 속 환경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당시 3300억 규모의 진도~제주 122km 해저케이블 사업을 따내면서 LS전선은 대형 수주에서 트랙레코드(운용실적)를 쌓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공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행착오들이 발생했고, 이중 몇몇은 손실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LS전선은 제품·시공 안정화를 위해 더욱 심기일전했다.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TenneT) 등에서 요구하는 기술 사양과 국제 표준에 맞추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덴마크 오스테드 등 주요 프로젝트에서 협업하게 될 다양한 EPC 기업들과도 네트워크를 활발히 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2011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해저케이블을 수출했으며, 2020년에는 네덜란드 해상풍력단지 2곳을 연결하는 사업도 확보했다. 유럽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신성(晨星)인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수주를 따낸 것이다.


LS전선 직원들이 525kVHVDC케이블의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LS전선

이 같은 성과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북해 뱅가드 풍력발전단지에 4000억 원 규모의 HVDC 케이블을 공급하고, 대만과는 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초에는 북미에서 3500억 원 규모의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 공급계약을 성사시키며 명실상부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S전선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성장과 더불어 HVDC 시장 확대로 수주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VDC는 최소한의 전력 손실로 대용량의 전류를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장거리 송전망을 중심으로 도입이 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전력망이 대부분 교류로 돼있는 만큼 HVDC 교체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를 겨냥해 LS전선은 최근 525kW(52만5000V) HVDC 케이블 실증시험을 성공했다. 525kW급은 HVDC 케이블 중 최고 전압 제품으로, 기술 장벽이 높아 국내에서는 LS전선만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곧 유럽, 북미 등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HVDC 프로젝트 입찰 참여 자격을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기술 고도화에는 직원들의 수많은 실험과 연구가 있었다. LS전선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개선 방안을 도출해내면서 HVDC 케이블 공인인증을 완료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는 대부분 HVDC 케이블이 사용된다”며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확대로 HVDC 케이블 시장이 10년 내 연간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이 동해시 사업장 인근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LS전선

LS전선은 자회사인 LS전선아시아 및 2대주주로 있는 KT서브마린과도 협업해 해외 거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에서 전력 케이블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베트남 전력수요가 늘고 있어 공급 확대가 기대된다.


KT서브마린은 해저 시공 전문업체로, LS전선이 지분 15.57%(403만 8232주)를 인수했다. 내년 LS전선이 콜옵션(매수 권리)을 행사하면 지분 26.43%를 추가로 확보해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역량과 KT서브마린의 해저 시공 기술·선박 운영 능력이 수주 경쟁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탄소중립 정책에 많게는 수십 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거나 투입하고 있는 만큼 해저케이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기후변화 및 이상고온 대응을 위한 해상풍력 활성화 등 3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 등으로 신재생에너지업체들에 힘을 실어주면서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미국 IRA는 해상풍력 분야 산업체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적용한다. 다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우 미국산 비중이 40%인 반면 해상풍력은 20%만 넘으면 된다. 미국산 해저케이블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LS전선에 청신호다.


LS전선의 올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2조963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9.3% 증가했다. 선제적으로 확보한 해저케이블 역량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대만 해상풍력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두드리겠다는 계획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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