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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정점은 언제입니까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2.12.14 07:03 수정 2022.12.14 07:0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10월 이후 물가지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가계는 더 팍팍

우유, 계란, 커피 등 식품가격 도미노 인상 재현

식품‧외식업계도 벼랑 끝 위기, 압박 만으론 해결 못해

과감한 지원책 등 정부 차원 당근과 채찍 절실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10월 정도 가면 밥상 물가, 장바구니 물가는 안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7월13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아마도 9월, 늦어도 10월쯤에는 소비자물가가 거의 정점에 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9월7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토론회]


두 발언은 각각 지난 7월과 9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것이다. 10월 물가정점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5개월 전 정부는 9월 추석을 기점으로 오른 물가가 10월을 지나 안정기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내놓은 통계 수치를 보면 10월이 정점인 것은 사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비 8월 5.7%, 9월 5.6%, 10월 5.7%, 11월 5.0%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 내내 5.0%를 넘겼지만 10월 이후 감소세로 접어들긴 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밥상물가는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우유 가격이 오르더니 이달 들어서는 음료, 커피믹스, 라면, 두부, 참기름, 케첩 등 가공식품기업 10여 곳이 가격을 인상했다. 또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로 계란 가격도 다시 치솟고 있다.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커피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외식 가격 인상도 예고돼 있어 일반 가정의 밥상물가는 물론 외식물가도 도미노 인상이 시작될 조짐이다.


10월 이후 통계 수치는 소폭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의 심각성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듯 하다.


연이은 식품가격 인상에 지난 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10여개 식품기업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지난 9월에 이어 정부가 식품기업들에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것은 두 번째다. 10월 국정감사 때는 주요 식품기업 수장을 국회로 불러 가격인상에 대한 압박을 주기도 했지만 결국 가격 인상을 막지는 못했다.


치솟는 원재료 인상 부담에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식품업계의 설명이다. 이전에는 정부의 압박이 통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식업계 또한 현재 내부적으로 시기를 저울질할 뿐 이달 말, 내달 초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음식점업 등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년~1년 6개월내 폐업할 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12.0%로 가장 높았다.


주요 이유로는 ‘영업실적 지속 악화가’ 꼽혔다.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올해 매출이 작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요청대로 혹은 여론의 질타를 덜 받기 위해 가격 인상을 뒤로 미룰 음식점 주인은 많지 않다. 당장의 생존이 더 중요한 탓이다. 식품‧외식기업만 압박해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관련 업계나 시장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내년에도 당분간은 5%대 물가 인상률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밥상물가 인상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가계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은행 금리는 오르고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100원, 200원 가격 인상에 쩔쩔매는 것은 어느 수준 이상은 줄일래야 줄일 수 없는 항목이라서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때다.


앞서 내놓았던 일부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이나 부가세 면제 보다 한층 더 과감한 당근과 촘촘한 물가 감시 시스템 등 채찍이 동반돼야 한다. 침체된 경제를 다시 일으키려면 동력이 필요하다. 갈수록 쌀 소비량이 감소한다고 해도 역시나 한국인은 밥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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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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