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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협 상호금융 공동대출 연체 연계 금융사 공개


입력 2022.12.26 06:00 수정 2022.12.26 17:2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부실 시 책임 강화" 경고

연계 금융사 리스트 '촉각'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농협중앙회

농협 상호금융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응하겠다며 작성한 금융사 명단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부동산 개발에 쓰이는 공동대출을 둘러싸고 연체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와 연계된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를 지목하면서다.


부동산 금융의 큰 손으로 꼽히는 농협이 사실상 사업 파트너로서 기피해야 할 금융사를 지목한 셈이어서 향후 추가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농협 상호금융은 공동대출 취급 시 책임 실명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전산 개발을 다음 달 중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동대출 실행 시 이를 주선하는 금융사와 주간 농·축협 조합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보를 전산망에 입력토록 해 추후 부실 발생 시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공동대출은 여러 단위 조합이 함께 토지 매입자금 등을 조달해 주는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사업 규모가 큰 부동산 PF 개발 사업이 주로 이 같은 공동대출을 받아왔다.


농협 상호금융은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PF 대출 부실이 농·축협 공동대출, 특히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에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동대출은 부실 시 정상화까지 긴 시간이 소요돼 농·축협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무리한 양적 추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앞으로 주기적인 모니터링 등을 통해 취급 기준을 위배한 공동대출이 발견되면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사무처에 감사를 의뢰하는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며,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다.


투자 손실 이미지.ⓒ연합뉴스

문제는 농협 상호금융이 연체가 불거진 공동대출의 중개 금융사를 조목조목 열거해 놨다는 점이다. 지목된 금융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는 기관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리스트에는 관련 대출의 중심 수요자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명단에는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한양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JMC자산운용 ▲엘투인베스트먼트 ▲위드파트너스 ▲헤리티지자산운용 ▲MG새마을금고 ▲승고 등이 거론됐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금융 시장의 중요 자금 공급자인 농협 상호금융이 이처럼 실명으로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농협 상호금융의 판단만으로 부실 금융사로 여겨지면서, 앞으로 다른 거래에도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PF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고 있고, 이런 와중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까지 번지면서 날이 갈수록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의 대출 위험을 컨트롤해야 할 당사자가 중개 금융사를 부실의 주범처럼 몰아가는 건 적절치 못한 행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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