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도 안 돼 64조 급증
금리 인상 여파에 긴장
국내 4대 금융그룹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외부에서 빌린 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만 6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계속되는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빚까지 끌어 쓰며 모자란 재원을 채우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 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차입금을 둘러싼 이자 부담은 금융권에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개 금융그룹들이 떠안고 있는 차입금은 올해 3분기 평균 잔액 기준 140조5323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보다 84.0%(64조1683억원) 늘었다.
차입금이 확대된다는 건 회사가 자체 이익만으로 경영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외부 수혈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차입금은 기업이 운영 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외부 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뜻한다. 개인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처럼, 기업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차입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KB금융의 차입금이 51조377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4.6% 급증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역시 36조407억원으로, 우리금융은 27조6906억원으로 각각 58.7%와 53.7%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차입금도 25조4239억원으로 73.6%나 늘었다.
금융권이 외부로부터의 실탄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은행들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요청하면서 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가 주문한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는데 출자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외부 자금 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차입금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시장 금리가 1%p 오를 때마다 4대 금융그룹의 관련 이자는 1조4000억원 가량씩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연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금융권에서는 새해에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고, 최고 5%대 초반을 상한으로 제시한 만큼 한은도 추가 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수의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반등으로 불어나는 차입금 이자 비용은 향후 코로나19 연착륙 과정에서 금융권의 수익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