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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올해의 재판 ②] '신당역 살인' 전주환…"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 계기"


입력 2022.12.28 05:38 수정 2022.12.28 11:23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스토킹 사건으로 기소된 전주환…피해자가 합의 거부하자 '보복 살해'

법조계 "반의사불벌죄, 성범죄 피해자에게 계속 합의 종용…규정 폐지, 잘한 조치"

"전주환 구속영장 기각한 사법부, 인일한 판단 탓…진작 구속 시켰어야"

"'스토킹 범죄' 인식 바뀌면 형 선고 높아져…앞으로 법원, 이런 흐름 고려할 것"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의자 전주환 씨는 지난 9월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여자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직원을 살해했다. 전 씨는 이 직원으로부터 스토킹 혐의 등으로 고소당해 재판을 받고 있었고, 당시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하자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 법조계에서는 신당역 살인사건으로 스토킹 피의자에 대한 구속요건이 완화되는 등 스토킹처벌법 자체가 바뀌는 계기가 됐는데, 특히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폐지되는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과 스토킹 처벌법 위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씨에게 징역 9년을 지난 9월 29일 선고했다. 전 씨는 직위해제 상태였음에도 4차례 역무실을 방문해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여성 직원의 개인정보 등을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알아낸 정보로 퇴근 시간에 맞춰 여성 직원 집 주소로 세 차례 찾아갔다.


전 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전주환은 동선을 감추기 위해 휴대전화 GPS 위치를 실제와 다른 장소로 인식하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흔적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헤어캡과 장갑도 준비했으며 옷에 피가 묻었을 경우를 대비해 양면점퍼도 착용했다. 전 씨는 스토킹 혐의 등 1심 재판의 선고 전날 여성 직원이 근무하던 신당역으로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신당역 살인 사건으로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하는 법률개정이 이뤄졌다. 법조계에서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진작에 폐지했어야 하는 규정이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없앤것이 다행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장윤미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에 발 빠르게 움직인 점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토킹 처벌법은 만들어질 때부터 반의사 불벌 조항이 발목을 잡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현실"이라며 "반의사불벌죄는 성범죄 피해자에게 계속 합의를 종용하고 수사 지속 여부를 피해자 의사에 맞추다 보니 합의를 종용하게 만드는 구조였다. 이런 규정을 없앤 것은 잘한 조치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신당역 살인사건의 경우 스토킹 범죄에서 시작해 보복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스토킹 혐의로 이미 기소된 전 씨가 구속되지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었기에 쉽사리 살인 행각을 벌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조계에서도 전 씨뿐만 아니라 스토킹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을 진행한 상태로 수사 및 재판을 행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신당역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재판부에 전 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었다.그래서 전 씨가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피해자를 쫓아다니다 안되니 보복 범죄를 벌인 것"이라며 "전 씨에 대한 구속 절차가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 수사기관에서 영장청구를 할 때는 재범 가능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이를 기각한 사법부는 (전 씨의 재범 행위에 대해)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당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분명히 높아졌다.대중의 관심이 많아진만큼 향후 스토킹 사건을 맡게 될 재판부도 이러한 여론을 고려해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장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라는 것이 예전에는 가볍게 치부됐던 점이 있지만, 지금은 스토킹 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고엄하게 처벌될 필요성이 있다고 여론이 모아지는 등 경각심을 갖고있다"며 "그렇기에 재판부도 이런 흐름을 고려해 판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변호사 역시 "과거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이슈화가 크게 되고, 문제의식이 생기게 되면 형량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가 바뀌고 사람들 인식이 바뀌면 형 선고도 높아지고, 수사 단계에서도 면밀하게 살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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