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기준 카페 9만개…“포화상태”
진입 장벽 낮아 ‘불황형 창업’으로 주목
전문가, 창업에 대한 정보·자율규약 필요
최근 몇 년 사이 저가 커피 브랜드가 눈에 띄게 늘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적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페 창업은 ‘아무나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매출 역시 한정된 파이 나눠먹기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크게 늘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커피 전문점은 총 9만463개로 1년 전보다 1만2920개 상승하는 한편, 전국 편의점 수(5만415개)보다 무려 4만개 이상 많아졌다. 하루 평균 35곳의 카페가 문을 연 셈이다.
실제로 신생 커피 브랜드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점유율 1위 이디야커피가 약 35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가 각각 2000개, 1720개, 빽다방과 더벤티도 1000개 이상의 가맹점이 운영하며 빠르게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과당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벅스, 투썸 등 대형 커피전문점이 생기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했다면, 이제는 비슷한 저가커피 브랜드가 생기는 것이 업계 공통적인 고민거리가 됐다. 매장 운영 지역마다 저가커피의 수요는 한정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인들의 커피에 대한 인식 변화로 소비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위기 속에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가 먹고살기 위해 창업에 나선 이른바 ‘불황형 창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쉽게 말하면, 커피전문점은 다른 창업과 비교해 별다른 자격증이나 기술이 필요 없고 소규모 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등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인식이 ‘한 집 건너 카페’ 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1억원대 투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고, 매장을 여는 데 한 달이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시장의 판이 커지기보다는 한정된 파이 나눠먹기 경쟁에 불과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커피전문점 점포 수 증가에 따른 총매출액은 늘어났지만 개인 사업자가 버는 월평균 수익은 감소하는 중이다. 커피 업계는 별도 출점 제한을 받고 있지 않다.
자율 규약 도입 말고는 정부가 강제로 출점을 제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가 지난 2012년 ‘모범 거래 기준’을 설정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대해 500m 출점 제한을 도입했다가 “기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2년 만에 폐지한 전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의 경우, 특별한 기술 없이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에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만큼 카페 창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주요 상권에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개인 카페까지 많은 매장이 자리잡고있는 만큼 예비 창업자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 이전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해보며 브랜드의 경영이념, 가맹점주와의 관계 등 다양한 부분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 메가커피는 지난 6월 축구 선수 손흥민을, 컴포즈커피는 지난달 배우 정해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모델료가 비싸 어지간한 대기업들도 세우기 어려운 모델을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내세운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이디야, 빽다방 등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업계는 신규 출점보다는 상생 정책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출점 시 현장실사를 통한 기존점과의 상권분리 여부를 감안해 출점을 진행하고 있으며, 계약시 매장별 상권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일례로 이디야는 가맹점간의 피해가 없도록 상권 및 지역에 따라 상이하게 영업권을 지정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읍 단위의 지방은 보통 차로 많이 다니시기 떄문에 이를 고려해 일반적으로 영업권을 더 크게 가져가고 있기도 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사업은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얼마나 지속하고 함께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며 “커피 창업에 대한 낮은 진입장벽이, 소비자에게 커피와 커피전문점에 대한 기대치까지 하락시킬수 있어 지속적인 상권 분석과 메뉴 개발에 방점을 두고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커피 브랜드 차원의 상생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분별한 출점 보다는 함께 존속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에 앞서 중요한 정보를 미리 제공해 시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업계가 선행해야 할 일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페 창업하기에 앞서서 중소기업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1년에 카페에 얼마나 늘고 있고 폐업 현황은 어떻고 등 기본적인 교육 자료를 뒷받침해주는게 필요해 보인다”며 “자유 시장 경제이기 때문에 규제를 논하긴 어렵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나서서 자율규약을 맺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거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