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위기를 기회로…데이터 사업 강화”
계묘년을 맞아 카드업계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시대의 복합위기에 맞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업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성장’ 보다 ‘생존’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이창원 KB국민카드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이번 3고 위기가 시장 참여자들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몸집 경쟁이 아닌 수익성과 건전성 관점의 성장전략을 견지하면서 비즈니스 원천인 고객기반을 강화하고 영업과 마케팅을 더욱 정교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본업에서의 체질 개선과 내실 있는 성장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신사업 고도화로 수익기반 강화 및 새로운 비즈니스 영토 개척 ▲통합앱 KB Pay를 통한 고객 경험의 혁신 ▲유연하고 빠른 조직으로의 변화, ESG 선도 및 지속가능경영 가치 확산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역시 내실 기반의 효율경영 강화를 강조했다. 김 사장은 “악화되는 환경에 대응력을 높이고 플랫폼과 데이터가 강한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라며 “삼성금융네트웍스 통합플랫폼 모니모를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미래의 핵심자원인 데이터 역량도 강화해 고객과 제휴사에 특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아직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주요 카드사들도 복합위기에 맞춰 내실경영 강화와 신사업 개척에 대한 의지를 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성장이 아닌 생존에 방점을 찍고 새해를 시작하는 배경은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금리인상 기조 속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인한 조달 비용 증가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카드사 이자 비용은 2조6000억원에서, 올해 3조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희망퇴직을 단행한데 이어 자동차할부, 카드론 등의 대출상품 공급 규모를 축소하거나 무이자 할부 혜택, 할인 이벤트 등 소비자 혜택을 줄여 왔다. 최근에는 개인 회원 이용 한도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점도 위협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를 대항하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참여사가 신한‧하나‧KB국민 등 3개사에 불과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다만 업계는 올해 카드사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 강점을 살려 디지털 사업을 확장하고, 정착하겠다는 포부다. 신한과 삼성, BC카드가 금융위원회로부터 국가 지정 민간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예비 지정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는 이를 통해 마케팅 등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도모할 수 있고, 비금융 데이터와 결합을 통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시장 및 디지털 사업에 주력하며 신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전문기관 예비지정은 다른 카드사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여전업계의 자금조달 경로 활성화는 물론, 디지털 사업 정착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정 회장은 “이른바 데이터3법 개정이 시작됐다”라며 “여신금융회사의 디지털 신사업 영위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일컫는 불공정 요소를 해소해 마음놓고 경쟁할 수 있는 안정적 무대를 제공하고, 마이데이터 대상정보 확대 등 기존 서비스의 고도화를 통해 고객에게 양질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제도적 토양을 든든히 다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