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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92] "'허위 뇌전증' 병역기피자, 징역 살고 반드시 군대 간다"


입력 2023.01.06 05:03 수정 2023.01.06 13:10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허위 뇌전증(간질)' 병역기피 의혹…프로배구 선수 조재성 등 70여 명 검찰 수사 대상

과거 징역형·집행유예 선고시 보충역 편입돼 사실상 병역의무 면제…법규정 악용 사례 남발

병역법 개정…의도적 병역 기피로 처벌시 병역의무 이행 "집행유예든 실형이든 받고 반드시 입대"

법조계 "재판부, 나이 고려할 것…혐의 인정·반성하면 군대 보내야 하니 선처 가능성, 집행유예 많아"

'허위 뇌전증'으로 병역 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배구선수 조재성.ⓒ KOVO

'허위 뇌전증(간질)'으로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운동선수와 배우 등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군 출신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뇌전증을 연기한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과 일부 프로축구 선수들, 영화·드라마에서 주목받고 있는 20대 배우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일 조재성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현역 입영 대상자였던 그는 허위로 뇌전증 증상을 호소, 지난해 2월 입영판정검사에서 4급(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재성은 브로커 구 모씨의 도움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허위 뇌전증' 사건에 70여 명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 파장은 점점 확산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병역 기피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경우 '처벌' 그 자체가 아닌, 병역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과거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의 병역 의무를 사실상 면제해주던 법 규정을 악용하는 사람이 많아 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병역법 제86조에 따르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사용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돼 있다. 도주·잠적하거나 대체역 편입을 목적으로 허위 서류를 작성·제출 또는 거짓 진술을 했을 때도 처벌은 같다.


그런데 형법 제136조 '수형자 등의 병역 처분'에 따르면 ▲6개월 이상 1년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 ▲1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의 경우 보충역에 편입돼 병역 의무가 사실상 면제된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이러한 법 규정을 악용해 병역 의무를 면제받은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검찰.ⓒ 데일리안 DB

이 때문에 병역법은 개정됐고, 지금은 의도적으로 입대를 기피하기 위해 속임수를 썼을 경우 병역 의무를 면제해주지 않는다.


이들은 형기를 모두 채운 뒤 다시 진행하는 입영판정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으면 꼼짝없이 입대해야 한다. 병역 기피로 처벌받을 경우 병역법 제71조 1항 10(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면제·전시근로역 또는 보충역 처분을 받고 그 처분이 취소된 사람)에 의해 현역병 입영 면제 연령이 만38세까지 늘어나 면제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진다. 일반인의 현역병 입영 면제 연령은 만 36세다. 현재 만 27세인 조재성은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다시 입영판정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병역기피 사건에 연루된 각 피고인의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법조인은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피고인이 이미 입대 가능 연령을 지났을 경우에는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재판부가) 나이를 고려해 형기를 마친 후 입대가 가능한지 따져볼 것"이라며 "만약 (피고인이) 형기를 마치고 입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이 '입대해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반성하면 선처할 수도 있다"며 "이번 사건 관련 형량은 징역 1년에서 2년 사이로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의민 변호사(이에스티 법률사무소)는 "최근 판례를 보면, 문신·정신병 등으로 (병역을 기피한 자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이 선고된 사례가 확인된다"며 "무죄가 선고된 경우도 꽤 많이 있다"고 말했다. 초범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입영판정검사 받는 남성들.ⓒ 뉴시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도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 변호사는 "과거에는 군 복무 기간 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군대에 가야 하니,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재성 역시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하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집행유예를 받든, 실형을 받든 어차피 군대는 가야 한다. 징역 2~3년을 받고 군대까지 가느니 '죄송합니다'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5일 병무청 대변인실에 따르면 2022년도 입영판정검사 결과 현역처분율은 83.6%에 달했다. 대한민국 국적의 성인 남성 100명 중 84명 정도만이 현역으로 입대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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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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