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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빚잔치...은행은 5억원 희망퇴직 ‘돈잔치’


입력 2023.01.06 10:53 수정 2023.01.06 10:55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주담대 8%, 예금금리 4% 그쳐

3년치 월급+α, 2천~3천명 전망

왼쪽부터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 각 사 제공

은행권이 올해도 희망퇴직 시즌에 돌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서민들은 고금리에 시름하는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은행들은 최대 5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내걸며 대조적인 모양새다. 올해 희망퇴직규모는 2000~3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희망퇴직을 진행중이다. 올해 희망퇴직은 40대 초반, 부지점장 이하인 젊은 직원까지 대상을 넓혔다. 인당 특별 퇴직금만 수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희망퇴직을 단행한 NH농협은행은 최대 39개월치를 특별퇴직금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지난해 대비 70명 이상 많은 500명의 행원이 떠났다.


오는 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는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한 1982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다. 1968~1970년생의 경우 관리자 기준 최대 36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책임자나 행원은 일괄 36개월치를 지급한다. 1968~1970년생에게만 자녀 학자금(최대 2000만원)과 재취업 지원금(최대 1000만원), 의료비(최대 2000만원)을 제공한다.


신한은행도 지난 2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출생 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 월급여를 지급한다. 지난해 경우 부지점장 이상만 대상자였으나 올해 직급과 연령을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까지로 대폭 낮췄다. 이 외 최대 2800만원의 자녀 학자금, 최대 10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 검진비, 전직 지원 컨설팅을 지원한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 28일부터 1967년생부터 1972년생, 만 50세까지를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았다. 오는 18일까지 퇴사 절차를 마무리한다. 근무기간 차등으로 23∼25개월치 월평균 임금이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된다. 학기당 350만원의 학자금을 최대 8학기 지원하고,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지원금을 준다. 퇴직 1년 이후 계약직으로의 재고용 기회도 부여한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관리자급은 1974년생, 책임자급은 1977년생, 행원급은 1980년생 이전 출생자가 대상이다. 특별퇴직금은 1967년의 경우 월평균임금의 24개월치, 1968년생 부터는 36개월치가 지급된다. 이 외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 등을 지급한다.


업계는 은행들이 내건 희망퇴직 보상 규모를 고려할 때,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을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특별퇴직금은 4억~5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이 영업점 효율화를 위해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고, 인력 규모를 줄이는 만큼 자발적 희망퇴직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근무환경이 급속도로 바뀌는 상황 속에서 승진에 실패할 경우 해당 조건이면 새로운 시작을 할 만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올해 희망퇴직 규모도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4대 은행 희망퇴직은 이달 안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희망퇴직 규모는 2020년 1500명이 채 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1817명까지 늘었다. 올해는 2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 중구 한 시중은행에 붙은 영업시간 안내문 ⓒ 연합뉴스

은행권이 수 조원의 비용을 감내하면서 매 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이유는 인력 구조 때문이다. 은행은 책임자급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 형태를 띄는데, 고연차일수록 인건비 비중이 큰 탓에 주된 비용 증가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이는 생산성 저하로 귀결된다. 지난해 시중은행 직원 1인당 생산성은 평균 2억6500만원으로 대표 인터넷은행은 카카오뱅크보다 30% 낮았다.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이유는 ‘이자장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는 8%를 넘어섰지만, 정기예금 금리는 5%에서 4%대로 하락하며 최대 4%포인트(p)가 벌어졌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고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는 꼼수로 돈놀이를 했다는 지적이다.


은행원들이 나간 자리도 AI은행원이나 디지털 키오스크가 빠르게 메꾸고 있지만, 취약계층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9월말 국내 은행 영업점포 수는 3111개로 2년 만에 약 600개 이상 줄었다. 영업시간 단축에 대한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7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정상화는 되지 않고 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국민은행의 탄력 점포인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상화되는 상황에서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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