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 1년7개월만에 VIG파트너스에 이스타항공 매각
1100억 자금 투입… 재무구조 개선→AOC 발급 이어지나
이스타항공이 성정 품에 안긴지 1년 7개월만에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AOC(항공운항증명) 발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인건비, 비행훈련 등으로 인한 자금 출혈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새 주인이 된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1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가운데 올해 이스타항공 항공기를 하늘로 띄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성정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와 이스타항공 보유 지분 100%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따라 이스타항공은 지난 2021년 6월 성정 품에 안긴지 1년 7개월만에 사모펀드로 팔려가게 됐다. 지난해 11월 김문권 성정 대표가 이스타항공 대표에 오른 지 불과 3개월 만의 결정이다.
이는 잇따른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이 AOC 발급에 난항을 겪자 성정 측이 자금 출혈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AOC는 항공당국이 부여하는 자격 증명서로, AOC가 없으면 운항을 하고싶어도 할 수 없다. 다시말해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한다는 것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재기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금은 자금대로 투입하고 항공기는 하늘로 띄워보지도 못한 채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정은 인수 후 이스타항공에 1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는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인건비와 운항 재개를 위한 훈련 등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이스타항공은 매달 인건비 등 고정비로만 5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역시 이스타항공의 AOC발급을 두고 재무구조를 문제삼아왔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항공운송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며 항공사업법령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새 주인이 된 VIG파트너스가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해 이스타항공에 AOC를 쥐어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VIG파트너스는 이달 말까지 이스타항공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VIG파트너스 측은 "이스타항공은 대규모 신규 투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창사 이래 가장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된다"며 "투명해지는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신규 기체(B737-8) 도입 및 고품질의 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선진적 운영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무구조를 개선한 이스타항공이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AOC를 따낼 수 있는 지다. 단기간 내 투자금을 회수해야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매달 50억원 규모의 고정비가 발생하는 이스타항공의 AOC 발급 지연을 기다려주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유급휴가 중인 직원수만 약 500여명이다.
VIG파트너스는 올해를 이스타항공의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LCC(저비용 항공사)업계에서 성공적인 역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의 대표이사는 조중석 전 아시아나항공 전무가 맡는다.
조 신임 대표는 "매력적인 가격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항공여행 대중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이스타항공의 대표로 부임하게 돼 기쁘다"며 "올 한 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스타항공의 재도약이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