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에만 3배 넘게 급증
시장 불안에 헤지 수요 확대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확보하고 있는 파생상품 자산이 최근 한 해 동안에만 세 배 넘게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의 파생상품 운용이 대부분 위험 분산을 위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만큼 적극적인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파생상품을 둘러싼 수요가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그에 따른 비용 관리가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이 보유한 파생상품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8조3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0.5%(55조3158억원) 늘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하나금융의 파생상품 자산이 25조534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81.7% 증가했다. 우리금융 역시 20조4853억원으로, KB금융은 17조8200억원으로 각각 257.5%와 319.0%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신한금융도 11조2068억원으로, 농협금융은 3조2693억원으로 각각 126.1%와 138.5%씩 파생상품 자산이 증가했다.
파생상품 자산이 확장됐다는 건 그 만큼 금융시장의 불안에 잘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금융사의 파생상품 자산은 직접적인 이익을 노리는 상품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헤지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핵심은 헤지 수요여서다.
금융권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현실 상 파생상품 운용 성과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금리에 따른 리스크와, 이로 인한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각종 금융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사의 가장 중요한 안전판이 파생상품 헤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헤지 수요는 앞으로 더 확대될 공산이 크다. 새해에도 미국의 고강도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외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 한파가 심화하면서 헤지의 필요성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지난해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4.25~4.50%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일곱 차례 걸쳐 공격적인 인상을 이어 왔다. 특히 같은 해 6월부터 7월, 9월, 11월에는 각각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며 사상 첫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관건은 늘어난 헤지에 따른 비용 문제다. 파생상품 자산이 헤지 기능을 하고는 있지만, 불어난 덩치만큼 금융사에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파생상품 관련 이익에서 손실을 뺀 순익은 지난해 1~3분기 2조3322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해에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파생상품 헤지 수요도 지속될 것"이라며 "얼마나 운용 손익을 효율화할 수 있을지가 금융사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