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난방비 2~3배 올라 ‘요금 폭탄’
전기·가스 요금 추가 인상 예정
4월부터 버스·지하철 요금도↑
물가 안정 기대한 정부 ‘난감’
연초부터 난방비 폭탄에 서민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예년보다 많게는 3~4배 이상 늘어난 난방비가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맨 사람들을 힘 빠지게 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소식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올해 내내 이어지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도 줄이어 오를 예정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머리를 모으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5일 현재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살펴보면 아파트 관리비 인상 충격을 호소하는 글이 넘쳐난다.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12월에 36만원 정도 나왔던 관리비가 1월엔 55만원으로 늘었다. A씨는 수도와 전기 사용량이 전월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면서 난방비가 급등한 상황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송파구에 사는 B씨 역시 이달에 75만원 넘는 관리비 고지서를 받았다. 전월 36만원 대비 2배 이상 오른 금액이다. B씨는 “난방비만 50만원이 넘었는데, 그렇다고 보일러를 끄고 살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난방비가 치솟은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평균 가격은 MMBtu(열량단위)당 34.24달러로 2021년(15.04달러)보다 128% 상승했다. 가스 수입액도 지난해 567억 달러(약 70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84.4% 늘었다.
LNG 수입 가격이 비싸다 보니 국내 에너지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아파트를 비롯한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하는 도시가스 요금은 최근 1년 동안 메가줄(MJ)당 5.47원(38.4%) 올랐다. 지역난방 가구 열 요금은 37.8% 늘었다. 전기료 또한 지난해 3차례에 걸쳐 20% 정도 비싸졌다.
에너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수입단가 급등으로 가스공사 등 재정 상황이 버티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다. 추정치지만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한국전력 연간 적자 금액이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올해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도 겨울 난방비 폭등 원인 가운데 하나다.
가스·전기요금 인상으로 촉발한 난방비 폭탄 상황은 향후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난방이 필요한 계절이 끝나도 2분기에 가스·전기요금이 오를 예정이다. 게다가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버스, 지하철 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서울시 지하철·버스 요금은 4월부터 많게는 400원까지 오른다. 서울시는 다음 달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 공청회를 열고 300원과 400원 등 두 가지 인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도 1000원 높아진다.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교통 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 하반기부터 1년 6개월 넘게 이어온 고물가 상황이 올해 하반기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이번 난방비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런 정부 기대도 수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YTN 뉴스24에 출연해 “1분기를 서서히 지나면 아마 4%대 물가 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고, 하반기에는 3%대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공공요금 인상이 대기하고 있고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우려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큰데, 어쨌거나 물가 상승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우리가 기대하는 3%대보다는 더 높은 수준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