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최대…국민카드만 4조
중장기 포트폴리오 안전성 저하
국내 카드사들이 고객의 카드 대금 결제를 일부 미뤄주고 고금리의 수수료를 받은 리볼빙 관련 자산이 17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장 카드 값을 치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하나‧우리‧BC)의 리볼빙 자산은 총 1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리볼빙은 일시적으로 카드대금 상환능력이 떨어진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로, 일정 비율만 결제한 후 나머지 금액을 이월해 갚는 방식이다. 채무자의 연체부담을 줄이고 상환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월 금액에는 최대 20%의 고금리가 붙고, 신용도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카드업계의 이 같은 리볼빙 자산은 2008년 통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전인 2019년 말 13조원에서 4년 새 4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카드사별 리볼빙 자산 규모를 살펴보면, 국민카드가 4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카드(3조8000억원) ▲삼성카드(2조6000억원) ▲신한카드(2조5900억원) ▲롯데카드(2조1600억원) ▲우리카드(1조1200억원) ▲하나카드(9300억원) ▲BC카드(35억원) 순이었다.
조사 대상 기간 리볼빙 자산의 증가폭이 제일 컸던 곳은 현대카드였다. 현대카드 리볼빙 자산은 2020년 말 2조7000억원에서 2021년 말 3조2700억원으로 약 5600억원이 증가했다.
다른 카드사들의 같은 기간 리볼빙 자산 증가폭은 ▲국민카드(3900억원) ▲신한카드(3400억원) ▲롯데카드(3300억원) ▲삼성카드(2800억원) ▲하나카드(2300억원) ▲하나카드(580억원) 순이었다.
리볼빙 자산이 급증한 배경에는 지난해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받으면서 대출이 막히자 최소 일정 비율을 갚아나가는 리볼빙 이용자가 불어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카드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과도한 리볼빙 마케팅을 줄이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리볼빙을 이용하는 계층의 절반 이상이 신용점수 600~800점 사이의 상대적 취약차주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리볼빙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취약차주 비중이 높다는 의미로, 향후 카드사들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출성 성격을 띈 리볼빙 자산 등이 지속 증가할 경우 단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은 개선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업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리볼빙 자산의 경우 리스크가 카드론 보다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제성 리볼빙은 단기·한도대출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일시대출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 비해 운용의 안정성이 낮고 조달 측면에서의 부담이 크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차주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향후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리볼빙 자산을 확대한 카드사들에 한계차주의 유입이 편중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