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제3자 뇌물죄 성립위해선 '부정한 청탁' 있어야…단순 뇌물죄 보다 어려워"
"김성태 진술 신빙성 인정되고, 이재명 대북송금 과정 인지·개입했으면 적용 가능…물증 필요"
"이재명, 돈 직접 받지 않았으니 제3자 뇌물죄 가능성…경기도지사 직무와 관련성 인정되면 적용"
김성태, 뇌물공여나 정치자금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적용 가능성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검찰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비용과 경기도가 추진하던 스마트팜 개선 사업비용 등 명목으로 북한에 800만 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 진술이 사실일 경우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죄(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면서도, 제3자 뇌물공여죄 성립을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에게는 뇌물공여나 정치자금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전 회장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2019년 북한 측에 총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가운데 500만 달러는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을 대납한 것이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이 대표 방북 추진과 관련해 지난 2019년 만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소속 리호남이 요구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송금 과정을 인지하거나 개입했다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이미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성립한다. 관련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돼 있다.
검찰 출신 조주태 변호사는 "경기도지사 직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김성태 전 회장은 뇌물 공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헌 변호사(홍익 법무법인)는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송금 사건이 있었다. 그때 적용됐던 것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과 외국환관리법이다. 이 사건도 단순하게 보면 거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대표가 관여했다면 공범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경기도가 하는 스마트팜 사업에 대한 대가로 (돈을) 준 것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는 제3자 뇌물죄로 처벌받는 것이고, 김 전 회장은 뇌물 공여로 처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 역시 제3자 뇌물공여죄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돈을) 직접 받은 것은 아니니까 제3자 뇌물죄가 될 것"이라며 "다만 제3자 뇌물죄 성립을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해서 단순 뇌물죄보다는 조금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정한 청탁 여부가 입증이 안 되면 그냥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입증이 안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김 전 회장은 일단 (대북송금 과정에서) 통일부 승인을 안 받았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 전액을 뇌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00만 달러가 전부 뇌물로 규정되면 이번 사건은 100억원에 달하는 대형 뇌물 사건이 된다. 다만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이 대표가 승인하거나 관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물증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