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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냥갑 아파트' 퇴출 시동…"방향 좋지만 평가기준 마련 관건"


입력 2023.02.13 06:21 수정 2023.02.13 06:21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혁신 디자인 도입,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 가능

여의도 시범·잠실주공5·은마 등 초고층 요청 및 계획 중

"도시 경쟁력↑…예술성 평가, 공사비 부담 해소 과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없애고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구축 등 도시경관 향상을 위해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기로 했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없애고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구축 등 도시경관 향상을 위해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혁신 디자인 건축물 도입을 통해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오 시장의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예술성을 판단하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 입을 모은다.


1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에 재시동을 건다. 획일적인 형태의 아파트를 줄이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세비야처럼 특색있고 상징적인 건축물로 서울시를 채워나가겠단 목표다.


오 시장은 2007년 시장 재임 당시부터 획일적인 직사각형 디자인의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목표로 한 바 있다. 서울의 새 랜드마크가 될 건축물뿐만 아니라 향후 지어지는 아파트 등은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건축물이 돼야 시가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단 거다.


오 시장은 "건축물의 높이·용적률 제한, 보존 위주의 정책이 특색 없는 획일적인 건축물을 양산했다"며 "초고층 아파트는 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디자인 특화설계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창의적인 디자인 건축물의 사업추진 필요성이 인정되면 서울시는 법정 용적률의 최대 120% 완화를 통해 설계비와 공사비 상승분을 일정 부분 상쇄시킨단 방침이다. 대신 녹지공간, 공유공간 조성 등 공공기여와 통경축,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형성 등 디자인 및 공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용적률 완화량을 결정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이나 압구정, 성수, 잠실주공5단지, 은마 등 재건축을 앞둔 주요 단지들은 50층 이상 초고층을 요청하거나 계획 중이다.ⓒ뉴시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이나 압구정, 성수, 잠실주공5단지, 은마 등 재건축을 앞둔 주요 단지들은 50층 이상 초고층을 요청하거나 계획 중이다. 시는 디자인만 훌륭하다면 높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단 설명이다.


방식은 민간에서 혁신 건축 디자인을 제안(공모)하면 통합선정위원회(가칭)에서 이를 검증, 사업 기획부터 준공 전까지 지원한다.


재건축뿐만 아니라 재개발에도 주거디자인 혁신을 꾀한다. 주거지 면적의 약 42%를 차지하는 다세대·연립주택 등 저층 주거지의 경우 '한층 더' 예쁜 집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 특화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이러한 혁신방안에 대해선 바람직하단 평가다.


다만 혁신적 디자인이라 판단할 평가 기준을 세우기 쉽지 않고, 늘어나는 공사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단 지적이다. 단순히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만으로 도시 미관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단 견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건축물들을 통해 도시 미관이나 도시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예술성에 점수를 주겠다는 건데 이를 정형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적률을 올려주고 나면 탄탄한 건축물, 100년 이상 가는 건축물로 지어야 하는데 그에 따른 공사비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다음 재건축 때는 500%, 1000%로 용적률을 상향해야만 재정비가 가능할 텐데 그것 역시 후손들에게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층 아파트가 미적인 요소와 어떻게 연결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미적인 기준이라는 건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심리적 요인을 가지고 인센티브를 결정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다만 "고층으로 짓게 되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은 된다"며 "중저층으로 짓는 것보다 고층으로 지으면 보다 많은 사람이 한강 조망을 누리고 단지 안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이 경관이나 일조를 누릴 수 있으니 유리한 수단이긴 하다"고 평가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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