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생겨난 노조, '근로자 보호' 아닌 '돈 더 달라' 떼쓰기에 집중
노조 규모 커지면 '귀족노조' 넘어선 '황제노조' 탄생 우려
“삼성도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네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2020년 5월. 한 재계 인사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를 누가 감히 부정하겠는가. 어떤 기업에서건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는 근로자는 있게 마련이고, 그런 상황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할 장치도 필요하다. 노조가 발붙일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면 반성하고 바꾸는 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기’에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은 그동안 여러 대기업들이 ‘귀족노조의 횡포’로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혔던 전례 때문이다. 재계 1위인 삼성을 노조가 장악한다면 귀족노조를 넘어 ‘황제노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 노조들의 행태를 보면 그런 우려가 현실화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올해 자사주 53주 지급, 휴가비 200만원 지급, 20년 장기근속자 2000만원 상당 해외여행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사주 지급액만 333만원(10일 종가 기준)에 달하며, 다른 복리후생비용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1000만원에 달한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은 별개다.
삼성전자 노조를 제외한 삼성 계열사 11개 조직으로 구성된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최근 발표한 ‘2023년 10대 공동요구안’에서 공통급 10%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연장(만60세→만65세), 세전이익 20% OPI(성과인센티브) 지급 등을 제시했다.
삼성은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는 직장이다. 이곳에서 돈을 더 달라고 ‘투쟁’ 하는 게 노조의 최대 과제인 게 말이 되냐는 소리가 나올 법 하지만, 원래 국내에서의 노조의 존재가 그렇다.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는 노조에 더 많은 조합원이 몰리고, 그렇게 다수 노조가 되면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는 이가 위원장이 되는 게 노조 조직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더 많은’이라는 수치에 한계는 없다.
과거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비판받는 배경이 됐던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로부터의 보호’는 노조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한 상징에 불과하다. 그들의 역할은 무조건 ‘돈’이다.
아직까지는 삼성 내에 조합원보다 비 조합원의 숫자가 더 많다. 하지만 수천 만원 단위의 추가 소득을 받아내겠다는 노조의 구호에 혹해 가입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노조가 회사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쟁의권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거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쟁의권을 행사할 경우 우리 경제의 주력 엔진인 삼성은 멈출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동차와 조선, 철강 공장이 노조 파업으로 멈추는 상황을 수시로 목격했다. 그런 일이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은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준을 벗어난다.
귀족노조를 넘어선 ‘황제노조’급 요구를 들어주느라 투자 여력을 상실한 삼성의 미래 역시 우리 경제를 생각한다면 현실화돼서는 안 될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무노조 경영’ 시절로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일한 방법은 노조가 본연의 역할의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3대 개혁 중 노동개혁을 무엇보다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황제노조가 삼성을 삼키기 전에 노조의 폭주를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고 노조의 역할을 정상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