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300만 돌파
역대 日애니메이션 흥행 2위
만화책도 시리즈 전권 베스트셀러 등극
“농구 좋아하세요?”
전국 재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인기는 26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했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되며 전 세계에서 1억2000만 부가 넘는 누적 판매부수를 기록한 ‘슬램덩크’ 이야기다. 과거 각자의 집에서, 또 만화방에서 ‘슬램덩크’를 읽은 팬들은 이제 극장에서 그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1월4일 개봉) 개봉 4주차인 같은 달 27일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뒤 지금까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개봉 29일 만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44일차인 지난 16일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슬램덩크’의 흥행가도는 자막판, 더빙판을 번갈아 보는 ‘N차 관람’이 증명해주고 있다. 여기에 입소문이 더해져 개봉 6주차 주말 관객 수가 개봉 3~5주차 보다 오히려 증가하며 역주행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역대 흥행 일본 애니매이션 흥행 1위인 ‘너의 이름은’(379만명)의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슬램덩크’의 인기는 영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유통가에도 ‘슬램덩크 신드롬’이 일고 있다. 이미 서점가에선 ‘슬램덩크’ 만화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고, 지난달 더현대에 문을 연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는 소장욕구를 자극하며 한정판 피규어와 유니폼 등을 사기 위한 긴 대기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팝업 스토어 진행 기간 동안 약 1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서점가다. 원작 오리지널 31권을 20권으로 재편집해 2018년 출간한 신장재편판은 극장판이 개봉한 1월 첫주부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예스24, 교보문고 등에서 시리즈 전권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만화출판사 대원씨아이에 따르면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의 판매 부수는 14일 기준, 100만 부를 돌파했다. 판매량 10만 부가 넘으면 소위 메가 히트작에 속하는 요즘 출판계에서 만화책이 이 같은 판매부수를 보인 건 이례적이다. 출판사 측은 “(단행본을) 계속 찍고 있는데 수요를 못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서점에 20만부씩 보내고 있는데도 보내는 즉시 동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특정 단행본 시리즈 전권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모두 오른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슬램덩크’의 기존 독자층은 3040 남성이었는데, 이번 영화 흥행을 계기로 2030 여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만화 독자들에게 고루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영화 개봉 전 슬램덩크의 구매 독자는 3040 남성(46.6%)이었다면, 개봉 이후 2030 여성 독자층은 개봉 전 10.3%에서 43.9%로 급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슬램덩크 열풍이 전체 만화출판시장으로까지 연결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출판계 관계자는 “‘슬램덩크’의 판매 호조가 만화출판시장의 전체 판매부수를 높이는데 기여한 건 사실이지만, 오롯이 ‘슬램덩크’의 판매가 증가한 것이지 이 흥행이 다른 만화책의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만화방에도 ‘슬램덩크’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사실상 큰 변화를 감지하긴 어렵다. 만화방은 2010년 중반, 당시 200개가 넘는 만화방(카페) 프랜차이즈가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면서 반짝 유행하긴 했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겪고 있다.
2010년 만화책임대업(만화방, 만화카페, 서적대여) 사업체는 4034개로, 10년 후인 2020년에는 2300개로 줄었다. 이 중 만화방과 만화카페를 포함하는 만화임대사업체 수는 2020년 671개로 조사됐다. 전년도인 2019년(704개) 대비 4,7% 줄어든 수치다. 만화방을 운영 중인 A씨는 “기존 고객들 중에서 ‘슬램덩크’를 찾는 경우는 있지만, 영화 흥행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