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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궁금] "외계어 아니에요?"…약 이름에 이런 규칙이 숨어 있습니다


입력 2025.04.09 06:00 수정 2025.04.09 10:00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일반 의약품 직관적인 이름이 대세

복잡·난해한 성분명에 담긴 의미



약(藥)과 소비자 사이(間) 장벽을 허무는 코너입니다. 병원에서 처방 받는 전문 의약품부터 편의점에서도 구매 가능한 일반 의약품, ‘약’이 아니지만 제약 회사들이 만드는 건강기능식품까지, 약간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진지하게 물어보고 답을 구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AI 이미지

가끔 이유 없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린 약국에 가서 이렇게 말하고는 하죠. “타이레놀 하나 주세요.” 이 정도는 난이도 ‘하’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희귀 의약품 ‘디누툭시맙’ 같은 명칭이 등장하면 “대체 저건 어느 세상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낯섭니다.


저 친구들이 저런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약국 매대에서 흔히 보이는 일반 의약품부터, 조금은 생소한 전문 의약품까지. 우리가 의식 없이 부르는 이름에도 그 나름의 규칙과 유래가 있습니다.


세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약’

의약품의 이름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화학명과 성분명(일반명) 그리고 제품명이죠. 먼저 연구자들이 약물을 발견했을 때 붙이는 이름이 바로 화학명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타이레놀의 화학명은 ‘N-아세틸-p-아미노페놀’ 입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복잡하죠. 이렇게 화학명은 화학적 결합 상태나 분자 구조를 설명하기엔 용이하지만 매우 길고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료·생활 현장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성분명(일반명)이 있습니다. 비독점명이라고도 불리는 성분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글로벌 기관에서 약물을 표기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성분명은 화학명과 비교하면 간결합니다. 하나의 약물은 하나의 성분명을 가지고 있어 주로 의료계에서 혼돈 없이 사용하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이 대표적인 성분명입니다. 성분명을 표기할 때는 알파벳 소문자로 표기하는 것도 하나의 법칙입니다. 타이레놀의 성분명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입니다.


마지막으로 상품명입니다. 상품명은 제약사가 약물을 상품화 할 때 붙이는 이름으로 화학명, 성분명과 달리 대중에게 익숙한 것이 특징이죠. 타이레놀이 바로 얀센이 아세트아미노펜에 붙인 상품명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세놀, 나스펜 등 다양한 제약사에서 각각의 상품명으로 우리에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성분명이 소문자로 표기된다면, 상품명은 고유명사로 앞에 알파벳 대문자나 뒤에 Ⓡ을 붙여야 하죠. 타이레놀도 이 규칙에 따라 Tylenol 또는 타이레놀Ⓡ로 표기됩니다.


“암호야 뭐야”…알고 보면 보이는 ‘규칙’

대웅제약의 코메키나, 종근당의 모드코S, 일양약품의 노즈쏙 등 이름만 들어도 코와 관련된 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 의약품은 주로 직관적이거나 부르기 쉬운 상품명을 사용합니다. 대중이 기억하기 쉽게 이름을 짓는 것이 판매에 유리하기 때문이죠. 한미약품은 눈 아플땐 눈앤, 코 아플 땐 코앤, 목 아플 땐 목앤 등 나름의 눈·코·목 시리즈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은 여전히 화학명이나 성분명에서 유래해 이름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전문 직종인 의사와 약사들이 일부러 일반인들이 못 알아듣게 서로 짜고 어려운 이름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런 난해한 이름들에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정한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바이오 의약품 성분명은 WHO가 권장하는 체계에 따라 이름이 구성됩니다. 먼저 바이오 의약품 접두사에는 독창적인 이름이 붙습니다. 그 뒤에 약물이 작용하는 질병 타깃이나 표적에 따라 각기 다른 인픽스가 붙죠. ‘-tu-’는 약물이 작용하는 타깃이 종양임을 의미합니다. ‘-vi-’는 타깃이 바이러스에 ‘-ba-’는 박테리아에 ‘-ci-’ 심혈관계에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항체의 출처에 따라 인픽스는 또 다르게 구분됩니다. 바이오 의약품 항체의 출처가 인간이라면 ‘-u-’가 붙습니다. 만약 키메릭(인간+생쥐)에서 왔다면 ‘-xi-’가 붙죠. 마지막 접미사 ‘-mab’은 단일 클론 항체를 의미하는 표시입니다.


의약품 조어 규칙. 퍼플렉시티 AI

의약품 중에서도 외계인의 입에서 튀어나올 듯한 발음을 자랑하는 ‘디누툭시맙(Dinutuximab)’도 사실 알고 보면 위의 조어 규칙을 매우 잘 따른 이름입니다. 이름을 분석해 보면 곧바로 성분명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디누툭시맙의 ‘Dinu-’는 독창적인 접두사 입니다. ‘-tu-’는 해당 약물이 종양을 표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xi-’는 출처가 키메릭 항체임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mab’을 통해 디누툭시맙이 단일 클론 항체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디누툭시맙은 실제로 종양을 표적으로 하는 신경모세포종 치료용 키메릭 항체입니다.


그러나 이는 성분명의 일부 표기 방법으로 출시 단계에서는 보다 부르기 쉬운 제품명으로 바뀌게 됩니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성분명도 레이저티닙이었으나 출시 단계에서 보다 쉬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으니까요.


같은 제품이지만 출시 국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FDA 허가를 받은 렉라자도 미국에서 조금 더 부르기 쉬운 라즈클루즈라는 이름으로 승인을 받았죠.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름’을 짓는 단계에서 많은 고민을 거친다고 이야기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명은 크게 성분명과 적응증을 기준으로 허가 기관의 요구 등을 반영해 짓는다”며 “파트너사에 따라 출시 국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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