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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수출 감소에 美 보조금 논란 "도와줘요, K칩스법"


입력 2023.03.05 06:00 수정 2023.03.05 06:0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반도체 수출액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역대급 불황

미국 보조금 속 독소조항도 기업에 딜레마

국회 표류하는 'K칩스법', 조속한 통과 절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삼성전자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삼성전자



반도체 수출액이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보조금 지원 논란까지 불거지며 국내 반도체 산업이 늪에 빠진 듯한 형국이다.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을 끌어올리자는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 이른바 K칩스법은 여전히 국회 표류 중으로 3월 중 통과 역시도 불투명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특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멈춰 있다. 구체적인 세율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인 민주당이 '재벌 특혜'라는 명목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반도체를 포함해 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을 대·중견기업 기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 기준 현행 16%에서 25%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을 초과 투자하는 기업에는 올해까지 10%의 추가 공제를 더 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특법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개정안 통과 시 추정되는 감세분(3조5000억~3조6000억원)에 대한 향후 세수 확보 방안 등 정부안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이 거세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의당 등 야당 일각에서도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상태다.


다만 상향 조정안 역시 주요국 반도체 인센티브 정책에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목소리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현재 정부 및 의회가 협력해 반도체 산업 부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역시 올해 상반기부터 연구개발 투자에 12%의 세제 혜택을 시행한다. 대만 역시 연구개발 비용 세액 공제율을 25%로 상향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대기업 기준 현행 8%의 세액공제율에 머물러있다. 3월 중 임시 국회 통과 역시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통과한다는 가정 하에서도 경쟁국들에 비해서는 한참 밑도는 수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수출은 7개월째 연속으로 역성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59억6000만 달러(한화 약 7조78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2.5%가 감소했다.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역대급 불황을 맞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전년도 4분기 영업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가량이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무려 1조7012억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반도체 글로벌 패권을 되찾겠다고 선언한 미국이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건 보조금 지급 조건이 까다로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 '독소조항'이라 표현되는 ▲초과이익 환수 ▲국가안보 지원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 등의 조건이 그 예다.


미국은 1억5000만달러(한화 약 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당초 제출한 전망치보다 높은 이익을 올릴 경우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나눠야한다는 부대 조건을 달았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지원한 자금의 최대 75%까지 회수해 자국 반도체 육성에 쓸 수 있다. 또한 미 국방부에 연구 생산 시설 접근을 허락하는 기업들에게만 보조금 우대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기업 영업기밀이 유출될 수도 있고, 보조금을 빌미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미국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산업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미국 텍사스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향후 건립 예정인 SK하이닉스 등은 세부 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후 보조금 신청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경우 당장 재정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향후 이익 제한과 자사주 매입 금지, 중국 투자 제한 등 오히려 사업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 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부나 정치권의 지원 없이는 더욱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수출 위기 극복을 우한 전략 논의를 위해 민간과 정당, 정부가 함께하는 협의회에 참석했다고 밝히며 K칩스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여당 역시 3월 내 조특법 개정안 통과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지원금을 미끼로 다양한 독소 조항을 내걸었는데, 물론 필수 조건이 아니긴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며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협조로 최대한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과 별개로 국회에서 하루 빨리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쪽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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