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요건 충족 시 가능성 검토
규모 차이 커…규제 완화부터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저축은행의 지방‧시중은행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업권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당장 저축은행업계를 옥죄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저축은행이 자본금과 지배구조 등 시중은행 인가요건을 충족하고 신청하면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논의했다.
실무작업반은 일본에서 1961년 중소기업 전문기관으로 상호은행이 출범했지만, 고도성장기 이후 상호은행의 업무내용이 일반은행화 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방은행 전환을 허용했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실무작업반이 논의한 대로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이 가능해지면 은행 수 증가로 은행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의 은행 선택의 폭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생긴다. 또 자금조달비용이 감소해 저리로 신규대출 취급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역경제 침체 및 지역민 충성도 하락 등에 따라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수도권 진출이 활발해지고 은행권 경쟁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금융당국은 특히 지역의 중소기업·개입사업자 중심의 영업 노하우가 있는 저축은행의 경우 지역 중소기업·개입사업자 특화은행으로서 영업이 가능해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현재 예·적금 수신과 각종 신용·담보 대출 등으로 제한돼 있는 저축은행의 업무영역이 일반은행에서 취급하는 신탁·외환·신용카드 등까지 확대돼 지역 내 경쟁 촉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저축은행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애초에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규모 차이가 커 업계 입장에선 이점이 없고, 은행 숫자가 늘어나면 업계 경쟁만 부추기는 셈이라는 것이다.
실제 실무회의에서도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에 저축은행 등이 추가로 진입하게 되면, 역내 금융기관 전반의 수익성‧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감소할 수 있는 점도 논의됐다. 당국은 우선 지방은행 전환을 위해 업무의 동질성, 중소기업·서민에 대한 자금공급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한정해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내에서는 당국이 은행 과점 체제를 흔들기 위한 ‘메기’를 찾고 있지만,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의 평균적인 규모를 감안하면, 이에 맞설 수 있는 규모의 은행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작은 시중은행도 자본총계가 5조원, 원화예수금 규모가 55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저축은행업계는 신규 은행 설립에 초점을 두지 말고, 업권에 적용된 기존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완화를 통해 저축은행의 본업인 서민금융 역할을 확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향후 시중은행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준비할 수 있다는 이유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간의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방안을 먼저 마련하는게 급선무”라며 “현재 저축은행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에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