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울음소리가 안들려요…출산율 '0.78'
작년 혼인건수 19만2000건…'역대 최저'
"육아휴직 급여 , 부모 급여 둘 다 적어요"
25~49세 감소로 혼인 건수 함께 줄어
0.78. 지난해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10년 만에 반토막 나며 처음으로 25만명을 넘지 못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도 5명(4.9명)이 채 되지 않았다.
2030세대는 결혼도 포기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미뤄왔던 결혼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는 결국 '역대 최저 혼인 건수'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로 돌아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0.4% 줄었다. 1970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며 최근 11년 연속 감소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1년 18~34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은 해야 한다'는 응답은 39.1%로 10명 중 4명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56%)부터 수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굳이 결혼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추세가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혼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응답은 54.3%로 해당 연령대 성인 남녀의 절반 이상이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도 6.6%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신혼부부 A(32)씨는 아내에게 아이를 낳지 않기로 미리 합의했다. A씨는 "늦은 나이에 중견기업에 들어가 열심히 저축해서 드디어 결혼했지만, 아이를 가지기엔 어려움이 크다"며 "첫째를 낳은 선배가 육아휴직을 쓰고 1년 뒤에 돌아왔을 때 보이는 부담감과 구조적 불리함을 보며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신혼부부는 둘째 계획을 포기했다. B(36)씨는 출산 이후 따라오는 경제적 어려움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했다. B씨는 남편에게 "첫째만 잘 키우자. 육아휴직 급여도 적고 정부 지원 부모 급여도 사실 적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정부가 결혼과 출산이 합리적 선택으로 변할 수 있게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층이 갈수록 결혼을 뒤로 미루면서 여성의 초혼 연령도 상승, 가임기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되면서 저출산 문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지난해 남녀평균초혼연령은 32.5세다. 남자는 33.7세, 여자는 31.3세로 전년 대비 각각 0.4세, 0.2세 상승했다.
늦은 결혼 탓에 아이가 하나뿐인 가정도 늘어났다. 지난해 첫째아 출산은 15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5.5%(8000명) 늘었다. 반면 둘째아(7만6000명), 셋째아(1만7000명)는 16.8%(1만5000명), 20.7%(4000명)줄었다.
지난해 첫 아이를 갖게 된 엄마는 전년 대비 0.3세 높아져 33.0세로 올라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인 29.3세보다 3.7세 높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첫째, 둘째 아이를 포함한 전체 평균 출산 연령은 33.5세로 전년보다 0.2세 상승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전년보다 0.7%포인트(p)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혼인 건수 감소 문제를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해결을 위해 사회·경제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 건수, 조혼인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인구 구조적인 측면으로 볼 때 25~49세 연령이 계속 줄어들면서 혼인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회 조사 결과에서 '결혼하는 게 좋다'는 비중이 57.7%에서 32.6%로 감소하는 것으로 봤을 때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혼인 건수 감소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혼인은 줄어들고 있고 개인주의 성향이 청년층에 확산함에 따라 사회문화적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추세다"며 "이제는 결혼하면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구조는 설득할 수 없고 정부는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사회·경제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쳐 안정적인 삶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