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그 자체가 적'이라던
김정은 발언 나흘 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결산 기사를 통해 '천만 인민의 멸적 기상과 의지가 뚜렷하게 과시됐다'고 자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국가나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전쟁과 핵 참화 그 자체가 적(適)"이라는 입장을 밝힌 지 나흘 만에 북한 주요매체가 한국과 미국을 적으로 재차 규정한 셈이다.
신문은 31일 머리기사에서 "강국의 발걸음은 행성을 진감한다"며 "조선의 2023년 3월을 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10년 전 도입한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견지해 성과를 이뤘다며 김 위원장을 추켜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북한은 줄곧 핵개발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구해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문은 "사실 올해 3월은 우리 당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한 때로부터 10돌(주년)이 되는 달"이라며 "나라의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평화수호의 강대한 힘을 마련해준 우리 당에 전체 인민이 감사의 인사를 삼가 드리는 뜻깊은 달"이라고 말했다.
이어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진행된 농업 관련 당 전원회의와 잇따라 감행된 각종 핵미사일 도발 사례를 언급했다. 경제 분야에 집중하려 했지만, 한미가 연합훈련을 벌여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궤변을 거듭한 셈이다.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 도발과 공세적 핵독트린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의 합법적·방어적·연례적 훈련을 '북침실동연습' '핵예비전쟁'으로 곡해하는 모습이다.
신문은 "나라의 모든 힘을 경제강국 건설에 집중시키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평화애호적 입장과는 배치되게 우리 국가의 안전 상황을 매우 위태롭게 하고 지역의 평화를 엄중히 침해하는 용납 못 할 광태들이 미제와 그 주구들에 의해 연이어 벌어졌다"며 "제국주의 검은 폭제의 정수리를 후려치는 것과 같은 뇌성벽력이 울려 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9일 서부 전선에서 진행된 핵미사일 관련 화력습격훈련 이후,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해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고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 △전략순항미사일, 수중 핵전략 공격무기 체계를 포함한 중요 무기 시험 등을 잇따라 감행했다.
특히 화성-17형 발사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140여만명의 청년들이 하루 만에 인민군에 입대 및 복대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인민군에 자원한 청년들이 "우리들을 조국통일 대전의 앞장에 세워 달라" "미제와 괴뢰역적들을 이 땅에서 깨끗이 쓸어버리고 긍지 높은 통일세대가 되자" 등의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청년들의 이같은 반응은 "주체 위업의 자랑스러운 계승자들의 사상·정신세계를 훌륭히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신문은 "영농 준비로 드바쁜 사회주의 전야들에서, 쇳물폭포 쏟아지는 용광로 앞에서, 무수한 일터마다 우리 인민은 자신들의 배가된 노력적 열성으로써 영광스러운 세대의 본분에 대한 엄숙한 자각을 표명했다"며 "더욱 굳건히 다지는 대오의 사상의지적 단합으로써 신성한 사명 앞에 끝까지 충실할 맹세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토나 자원은 비록 제 놈들보다 적을 수 있어도 강의한 정신과 기질을 지닌 인민이 바다를 이루었기에 조선은 사실상 이 행성의 초대강국이고, 아무리 비대한 힘을 믿고 발악해도 제국주의는 우리 국가 앞에 언제나와 같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리한 여건을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해묵은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