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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 놓기도, 문닫기도 힘들다"…외식업계의 폐업 딜레마


입력 2023.04.03 06:54 수정 2023.04.03 06:5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정부, 31일 공공요금 조정안 발표…추후 인상키로

자영업자 안절부절…"현실적 정부 지원 절실해"

서울 중구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외식업계가 폐업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영업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영세 업체 사장님들은 폐업을 하자니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예고됐던 전기세 인상은 잠정보류 된 상황이지만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생존책을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2분기 적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에너지 공기업 적자 등 요금 인상 요인이 크지만 고물가로 시름에 빠진 국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조만간 인상안을 다시 들고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유연탄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도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로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인상된 요금에 대한 국민과 산업계의 부담이다. 이미 지난해 세 차례나 인상됐고, 올해 들어서도 크게 인상됐다. 지난 1월 전기요금은 전년도 1월에 비해 29.5%나 올랐다. 한달에 300kWh 정도를 사용하는 가구의 경우 전기요금이 1년새 1만원 정도 더 나오고 있다.


올해 안으로 또다시 전기세가 오르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것으로 관측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 한숨이 깊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물가 인상 역시 불가피 할 것이라는 게 외식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30대)씨는 “올 들어 고지서에 찍힌 전기 요금을 살펴보면 작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오른 거 같다”며 “업종 특성상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지만 갈수록 부담감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아직 전기료 인상분을 커피값에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 ‘카공족’ 시간 제한을 둬야 하나 고민도 해 봤다”며 “정부가 아무런 지원책 없이 향후 전기 요금을 또 올리면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가스를 이용해 음식을 하고 있다.ⓒ뉴시스

향후 외식업계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인건비 부담이 큰 가운데,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금리인상 역시 부담을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폐업도 쉽지 않다. 이른바 ‘빚 족쇄’ 때문이다. 밀린 월세 때문에 보증금은 물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권리금도 받기 어렵다. 카드 결제 단말기 위약금과 인테리어 원상복구 비용 등 부담이 큰 데다, 폐업 후 뾰족한 대안 역시 없다.


때문에 업계 소상공인들은 보다 현실적인 정부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지원을 통해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달라는 요청이다.


올해 초 소상공인연합회는 에너지 비용 급등과 관련해 ▲소상공인 지원 법제화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등의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향후 에너지 비용이 인상된다면 올 여름 냉방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장은 큰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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