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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닐라 가르는 남북 통근 열차, 극심한 교통난 해소한다


입력 2023.04.23 12:01 수정 2023.04.23 15:20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총 147.26㎞ 연결…클락~마닐라 이동시간↓

일 100만명 이용…교통 체계 획기적 개선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 등 韓기업 ‘구슬땀’

프로젝트 위치도. ⓒ필리핀 교통국

“필리핀 교통 큰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역 내 빈약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입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제 막 따뜻하다 싶으면서도 일교차가 큰 국내와 달리 매일 같이 35℃를 웃도는 필리핀에서 땀 흘리는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필리핀 팜팡가주 아팔랏시에 위치한 철도 교량 건설 현장은 모래먼지와 함께 중장비 소리로 가득했다.


‘North-South Commuter Railway system(NSCR Project)’이라는 이름의 이번 프로젝트는 필리핀에서 계획한 가장 큰 프로젝트다. 루손섬 북쪽 클락(New Clark City)에서부터 메트로 마닐라(Metro Manila), 남쪽 칼람바(Calamba)까지 총 147.26㎞를 연결하는 남북 통근 열차를 만든다.


공사는 크게 투투반(Titiban)과 말로로스(Malolos)를 연결하는 NSCR N1(37.75㎞)과 말로로스에서 클락을 연결하는 NSCR N2(52.65㎞), 마닐라와 칼람바를 연결하는 NSCR SC(56.86㎞) 등 총 3개로 나뉜다.


필리핀 지역 내 도로에서 자동차가 신호를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진석 기자
교통 개선, 선택 아닌 필수…韓기업도 참여


한국 기업도 이번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NCSR N2 지역 남북철도 차량기지와 철도 교량건설에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메가와이드(MEGAWIDE)·동아건설 컨소시엄이 수주에 성공해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 현장까지 가는 데는 그리 멀지 않았다. 수도 마닐라에서 고작 30㎞ 내외. 국내라면 1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 30㎞를 가는 데에만 2~3시간이 걸렸다. 차는 많았고 오토바이도 많았다. 도로는 역시 울퉁불퉁해서 가만히 앉아있기도 어렵다고 느껴졌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들고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경적음 소리가 계속 울렸다. 이 가운데 필리핀 현지인들은 태연하게 운전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하다는 듯 화 한번 내지 않고 웃으면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대단할 정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출퇴근이다. 많은 현지인이 거주는 마닐라에서, 일자리는 도심 외곽지역에서 찾는데 이런 교통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는 등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NSCR Project는 필리핀에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업이다.


NSCR Project의 가장 큰 목표는 클락에서 마닐라까지 1시간 이내, 클락에서 칼람바까지 2시간 30분, 마닐라에서 칼람바까지 1시간으로 이동 시간을 대폭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총 8730억 페소(약 156억 달러·20조8000억원)를 투입해 열차 51개와 공항 급행열차 7개 그리고 35개 역을 건설할 예정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도 건설 자금을 승인받은 상태다.


이번 레일웨이(Rail way)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연간 47만3000t 탄소 감축 효과가 이뤄질 전망이다. 탄소 감축량은 하루 100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 철도 한 차량당 자동차 1100대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 남북철도사업에서 차량 기지를 수주한 이상엽 포스코이앤씨 현장소장이 19일(현지시간) 건설 중인 중정비창 앞에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제공
포스코이앤씨, 남북철도 차량기지 공사 한창


필리핀 클락 외곽, 수도 마닐라에서 차를 타고 2~3시간을 달려야 나오는 지역이다. 남북철도 차량기지(CP N-05) 공사 현장은 더위를 아랑곳 않고 차량기지 건설을 위한 부지조성(약 33Ha) 및 건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막힐듯한 무더위가 반겼다. 덥다 못해 뜨거워 녹을 수준이었다. 이 날씨에서 제대로 일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상엽 포스코이앤씨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금 기온이 필리핀에서 가장 높은 기온이라 일하는 것 역시 가장 힘들 때”라며 “올해부터는 노동자를 위해 제빙기와 식염포도당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을 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노동자 건강 미확보로 근로의지가 줄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이 매니저는 “(노동자) 출근은 잘하고 있다. 대부분 정시출근 및 정시퇴근을 유지하고 있고 일부 유동적인 근로 시간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남북철도 차량기지 건설을 위해 48개소 건물 및 시설, 기전설비·토목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북철도 차량기지 건설공사는 클락 공항 북쪽으로 약 3.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공사금액은 한화로 3539억원으로 ADB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OCC(Operation Control Center), LIS(Light Repair Shop) 등 주요 건물 4개를 중심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은 44.5%다. 오는 2025년 6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현장은 국내와 다른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건설이나 토목 공사를 진행하기에 좋지 않다는 평가다. 필리핀은 크게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데 보통 11~5월까진 건기, 6~10월을 우기로 본다. 곧 닥칠 우기에 공사 현장이 물로 범람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외곽 제방 구조물 설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매니저는 “보강 옹벽으로 경계를 둘러치지 않으면 우기 때 큰비가 내렸을 때 환경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우기 전 옹벽 설치 완료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필리핀에서 프로젝트 4개를 수행한 경험이 있고 중점적으로 선택하는 사업이 차량기지”라며 “국내에서도 포스코이앤씨 차량기지 건설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필리핀 팜팡가주 아팔랏시에 위치한 철도 교량 건설 현장에서 이용정 현대건설 현장소장이 50t의 콘크리트 세그먼트를 들어 올리는 건설 기계(초록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제공
현대건설, 패키지 N-01 수주, 필리핀서 전략적 사업 확대 예정


현대건설은 메가와이드(현지 건설사)와 동아건설이 연합한 조인트 벤처(HMDJV)가 시공을 맡고 있다. 남부철도 4·5·6 구간 16.9㎞ 교량과 459개 교각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공사 기간은 48개월, 한화로 6000억원을 투입한다. 현대건설이 57%, 메가와이드와 동아건설은 각각 35%, 7.5%씩 지분을 갖고 있다. 공정률은 지난달 기준 26.5%다.


특히 현대건설은 필리핀에서 ADB 본청 빌딩을 30년 전에 시공한 적이 있는데 당시 담당자가 현재 현대건설 대표이사인 윤영준 사장이다.


이용정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필리핀 정부에서 ADB와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 공적개발원조(ODA) 차관을 도입, 대규모 인프라 공사를 확장하고 있어 현대건설에서도 전략적으로 진출해 보자 하는 계획으로 입찰 지원을 했다”며 “현지 회사 메가와이드와 말뚝공사 전문회사인 동아지질 등 3자 협력을 통해 수주 당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정부가 들어서면서 ‘빌드 베터 모어(Build Better More)’ 정책을 추진, 지속적으로 인프라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충분한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철도 공사 참여를 추진했고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다리를 만드는 콘크리트 구조물) 1800개 제작을 완료했고 공사 현장에 설치를 시작, 1000개는 야적장에 있다”며 “해당 교량의 철도는 시속 90㎞, 급행 기준 시속 150㎞ 갈 수 있고 내진은 설계 기준 레벨2(1000년 주기 지진 견딜 수 있는 수준), 진도 기준으로 하면 진도 10까지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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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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