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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캐릭터탐구㊲] ‘신스틸러’ 황보라가 감사로 빚은 ‘일타 이미옥’


입력 2023.05.09 14:01 수정 2023.05.09 14:01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황보라 ⓒ출처=드라마 '일타스캔들' 홈페이지

배우 황보라는 늘 ‘감사’를 입에 단다. 입에만 다는 게 아니라 마음에 가득 담고 산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 캐스팅됐을 때도 “비중이 크진 않은데 (전)도.연. 언니가 주연이에요, (정)경호도 너무 좋고, (김)선영 언니 멋있거든요. 이런 분들과 연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감사해요”라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맞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역할이었다. 황보라가 연기한, 장단지(유다인 분)의 엄마 이미옥은 해맑은 사람이다. 고3인 장단지는 공부는 좀 달리지만 유쾌한 성격에 우정이 깊은 친구이고, 공부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마음이 건강한 소녀다. 장단지를 반듯한 사람으로 키운 게 이미옥이고, 딸 장단지에게서 엄마 이미옥의 성격과 가치관이 보인다.


이미옥은 딸만 잘 키운 게 아니다. 남행선(전도연)을 음해하는 조수희(김선영 분)를 축으로 한 학부모 모임에서 유일하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게 이미옥이고, 진실이 밝혀지자 가장 먼저 찾아가 남행선에게 사과하는 게 이미옥이다. 그동안 맛있는 국가대표 반찬 못 먹어서 아쉬웠다는 속내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단지 엄마 이미옥으로 분한 황보라 ⓒ출처=네이버 블로그 쿠틸소듐이디

표준의 주책과 표준의 호기심을 보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균형감 있는 선택을 하는 이미옥은 ‘좋은 어른’이다. 귀엽고 발랄한 매력에 친근미가 돋보여서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자식 교육에 목숨 거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이상적인 인물이다.


자칫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미옥이 배우 황보라를 통과해 세상에 나오니 시청자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캐릭터가 된다. 현실감 넘치는 표현과 꾸밈없는 표정까지 더해지니 ‘옆집’에 살고 싶게 성격 좋은, 우리 동네 예쁜 아줌마 이미옥 씨가 됐다. 입시학원에서 가장 먼저 마감되는 과목의 강사를 ‘일타’ 강사라고 부른다면, 우리 동네에서 가장 친구 하고 싶은 최고 인기 이웃사촌 ‘일타’ 이미옥 씨가 배우 황보라를 통해 완성됐다.


2022-2023 신스틸러 페스티벌의 수상자, 배우 황보라 ⓒ이하 워크하우스 컴퍼니 제공

황보라의 감사는 드라마 출연이 결정됐을 때뿐 아니라 상을 받을 때도 이어진다. 누구나 감사를 말하는 시상식 수상 소감이지만, 황보라는 항상 감사해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에 감격한 말투로 감사를 말한다. 지난해 10월 ‘2022 코리아드라마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을 때도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배우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2022-2023 신스틸러 페스티벌’에서 신스틸러 본상의 주인공이 됐을 때도 “이렇게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시고 멋진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면서 “한 해 한 해 새로운 작품, 또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서 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 황보라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다”라고 연거푸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감을 밝혔다.


배우 황보라에 의해 표현될 미모의 국문과 교수 나은미는 어떤 모습일까 ⓒ

최근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에 캐스팅된 것에 대해서도 쉽사리 알 수 없는 수능 출제 위원들의 합숙 생활,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에서 황보라라는 배우를 원했다는 사실에 감사부터 말했다.


“그것도 교수예요, 국문과 교수. 거기다 ‘미스 서울대’라 불릴 만큼 대학 시절 미모를 자랑한 나은미라는 인물이에요. 제가 잘할까, 걱정도 되지만 표현해 본 적 없는 캐릭터라 너무 설레고 너무 기분이 좋아요. 어쩜 이런 역을 제게 맡겨 주시다니 너무 감사해요.”


물론 잘할 것이다. 작품이나 주연 배우에 대한 선입견 없이 다가서고, 자신에게 맡겨진 캐릭터에 대해서도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접근하고 표현하는 배우 황보라다. 미모야 말할 것도 없다. 늘 코믹한 캐릭터 뒤에 숨길 뿐 매력이 봇물 터지듯 솟는 실물 미인이다.


감사를 늘 곁에 두고 살아서인가. 일이 술술 풀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늘 웃고 있다고 속없게 보면 오산이다. 다채로운 표현력은 기본, 배우로서 겸손한 태도까지 익히 준비돼있는 황보라의 승승장구를 응원한다. 이제는 그만, 언제 등장하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배우 황보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배역과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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