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9일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진행…여야 장외 신경전 및 공방 가열
국회 측 "이상민, 행안부장관 핵심 의무 방임…헌법이 요구한 대응 수준보다 현저히 낮아"
이상민 측 "사망자 최초 확인 1시간30분 만에 주관기관 정해져…늦었다고 말할 수 없어"
23일 2차 변론기일 진행…행안부 및 소방청 관계자 증인신문 진행 예정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논란으로 탄핵심판대에 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9일 탄핵심판 첫 변론에서 이 장관 측과 국회 측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를 전후해 재난 예방조치 의무를 준수했는지, 사후 대응 조치는 적절했는지, 또한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지켰는지 등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심리는 최근 새로 임기를 시작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을 포함해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했다.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있는 기일인 만큼 소추위원인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국민의힘)과 피청구인인 이 장관 모두 심판정에 출석했다.
앞서 헌재는 변론준비절차를 통해 쟁점을 정리했다. 사건의 쟁점은 △재난예방 조치의무 위반 △사후대응 조치의무 위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유무 등으로 압축된다. 또 △대응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면 장관을 파면할 정도인지도 쟁점이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은 재난안전관리라는 행안부 장관의 핵심 의무를 방임했다"며 "이태원 참사 발생 전후 이 장관의 대응은 헌법과 법률이 행안부 장관에게 요구한 수준보다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에서도 운전기사를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했다"며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등 발언으로 국가와 공직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했다.
국회 측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역량과 자격이 없음을 드러낸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이 장관을 파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 측은 "사망자가 최초 확인된 시간으로부터 1시간 30분여 만에 재난 관리 주관기관이 정해지고 40분 후에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운영했다"며 "(초동 조치가) 늦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참사와 관련한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고, 탄핵심판 사유는 물론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측은 또 "'행안부 장관이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정치적인 비난"이라며 "행안부 장관이 과연 무엇을 해야 했는지를 정확히 해야 한다. '전부 행안부 장관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날 재판부는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엄준욱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국회 측이 신청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장 검증 역시 수사 기록을 살펴본 뒤 추후 결정한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2차 변론 기일을 열기로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김 본부장과 박 상황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변론 기일 진행에 앞서 여야는 탄핵 소추 정당성을 놓고 날을 세웠다.
이 장관은 이날 변론 기일에 출석하면서 "탄핵소추로 발생한 국정의 공백과 차질을 조속히 매듭짓고 모든 것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에 성심껏 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심판정에 들어서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됨으로써 무의미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탄핵 심판 태스크포스(TF) 위원인 진선미 의원은 "반드시 탄핵이 이루어질 것이며 그것만이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며 "변론 기일에 우리의 주장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대립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중앙부처 장관이 재난 상황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며 "국회가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절차와 권한을 가지고 헌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