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신탁 자산 90조 첫 돌파
신탁업 제도 개선 시 경쟁 확대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탁 사업이 올해 들어 일제히 성장세를 보였다. 금리 정점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면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회복된 영향으로 보인다. 신탁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탁 자산은 351조262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0% 증가했다.
신탁은 크게 금전과 재산신탁으로 구분한다. 은행은 고객의 금전이나 유가증권·부동산 등의 자산을 맡아 운용·관리·처분한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고객에게 지급하는 대신 운용 수수료를 수취한다. 통상 은행의 신탁 상품은 예금보다 관련 규제가 적기 때문에 다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4대 은행 중 하나은행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의 신탁 자산 규모는 91조464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9%나 늘었다. 하나은행이 신탁 자산 9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국민은행(86조1894억원·5.0%) ▲우리은행(77조2826억원·1.9%) ▲신한은행(96조3282억원·0.6%)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지난해와는 달리 최근 금리 정점에 대한 인식으로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일부 회복돼 신탁 상품에 관한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신탁 수수료 수익도 덩달아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신탁 수수료 수익은 56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2.7% 늘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어 ▲우리은행(356억원·21.4%) ▲하나은행(509억원·19.2%) ▲신한은행(450억원·9.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이자 이익에 집중된 은행의 사업 구조를 지적하고 있는 만큼, 신탁 시장에서의 은행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은행들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신탁업 혁신 방안'에 따라 신탁업을 활성화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신탁은 금융사가 미리 정한 주식·파생결합증권 등에 투자하기 위해 고객이 금전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신탁업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대출이 붙은 주택 등 보유 재산을 종합적으로 맡기고, 장기적인 재산 관리 서비스를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향후 법령 개정이 완료되면 은행들은 가업승계나 후견신탁 등 새로운 신탁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 제8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신탁업 혁신 방안에 따라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 다양한 신탁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