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보호처분, 형사처벌 아니라 전과기록 안 남아…범죄경력자료 기입도 안 돼"
"소년사건 기록, 베일에 싸여있어…공직 임용 절차로 '보호처분 경력' 못 걸러내"
"법 체계에 '보호처분 받은 자 공직 임용 제한' 내용 없어…법적 공백, 분명히 존재"
"범죄 경력도 개인정보 해당…가해자 갱생 여지 고려시 파면 및 해임 어려울 듯"
고등학생 시절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이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 상에 제기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법조계는 당시 가해자가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공직 임용이 가능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보호처분 경력은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가해자에 대한 해임 등의 징계 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적장애 미성년자 강간범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요지는 과거 대전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이 가운데 일부가 현재 초등학교 담임 교사, 소방관 등 공직에 있다는 것이다.
작성자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 2010년 대전지역 고교생 16명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지적 장애 3급 여중생을 한 달여에 걸쳐 여러 차례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비행 전력이 없고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법이 아닌 소년법을 적용해 가정지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형법 제9조는 만 14세 이상 소년에 대해 성인처럼 재판을 통해 형사 처벌할 것을 규정하지만 소년법 제50조는 만 19세 미만 소년의 형사사건을 법원이 심리한 결과 보호처분에 해당할 사유가 있으면 소년부 송치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 가해자들은 모두 보호처분을 받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기도교육청 측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한 뒤 적법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당시 가해자들이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공직 임용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호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니기에 전과도 남지 않고, 범죄경력자료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교사나 소방관으로 임용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게시글 작성자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교육청에서 해당 교사를 해임하는 등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 대표 김소정 변호사는 "소년사건의 경우 사건 기록, 범죄경을 열람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법원의 허락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라며 "그만큼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있다. 공직 임용 절차에서 보호처분 받은 경력을 걸러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은 윤리의식이나 도덕성이 상당 요구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체계에 보호처분 받은 자를 공직 임용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며 "이런 부분이 '법적 공백'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서둘러 보완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 또한 "당시 가해자가 국가공무원법 33조(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사 임용이 될 수 있던 것"이라며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은 결격 사유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 등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안 변호사는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 가능성에 대해 "공무원 임용이 된 후에 있던 일도 아니고 옛날 사건을 갖고 징계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며 "소년법 자체가 '소년에 대해서는 달리 봐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모든 규정을 바꾸면서 징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정향 이승우 변호사는 "현행 공무원징계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 중에 일정 수준 이상 범죄로 처벌받을 때에 파면이나 해임 등 제재가 이뤄진다"며 "범죄경력도 개인정보다. 갱생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파면이나 해임 등의 제재를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국가공무원 임용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