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 속도전…송영길 소환 '초읽기'
송영길 "정치 기획 수사"…윤관석 "야당 탄압용 기획 수사"
'돈봉투 의혹' 수사 발단은 '이정근 녹취록'…강래구 진술 통해 '실체적 진실' 드러나고 있어
'국정농단' 최순실도 '기획 수사' 주장했지만…징역 18년 확정받아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달 8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을 구속한 검찰은 무소속 이성만, 윤관석 의원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고, 돈봉투를 수수한 현역 의원 등도 상당수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속도라면 이달 2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가 그냥 발걸음을 돌렸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다시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찾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질수록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송 전 대표는 앞서 자진 출석 기자회견에서 "2년 전 전당대회가 끝났고 제가 지금 정치도 안 하는데 소환해 정치기획 수사를 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윤 의원 역시 소환 조사를 받은 후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무리한 검찰의 야당 탄압용 기획 수사, 총선용 정치 수사에 맞서 당당히 싸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검찰 수사를 '기획 수사'로 규정한 것이다.
사전에 명시된 '기획(企画)'의 의미는 '새로운 일을 꾸미어 꾀함'이다. 두 사람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은 지금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돈봉투 사건'을 꾸며 수사를 하고 있는 셈이 된다. 검찰이 임의로 사실을 만들어 내고, 특정 인물을 지목해 수사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돈봉투 수사가 정말 기획 수사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당초 이 수사의 발단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탄압할 '흑심'을 품은 정적(政敵)의 밀고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또, 윤 의원에게 6000만원을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강래구 회장 역시 최근 검찰 조사에서 "돈 봉투를 받은 국회의원 6명의 이름을 들었다"고 진술하는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혐의가 포착됐고, 증거와 관련자의 진술이 있다. 검찰 수사는 순리라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검찰이 누구든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돈봉투를 뿌리는 대화를 하라고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 녹음하라고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다"며 기획 수사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사실, 검찰 수사가 기획된 것이라는 비난은 사건 피의자들의 '단골 멘트'다. 앞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검찰 조사는 처음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안 수석과 제가 공모해서 사익을 추구한 것이 사실이니까 자백하라고 압박했다"며 당시 검찰이 사건을 짜 맞춰 놓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최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을 최종 확정받았다.
돈봉투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금권선거'로 치러졌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검찰의 의무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정말 결백하고 당당하다면 검찰의 수사를 '기획 수사'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조사·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주장을 증거와 논리로 반박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