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자기소개서냐 아빠소개서냐…선관위 특채 의혹 점입가경


입력 2023.06.12 11:54 수정 2023.09.27 15:3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아빠가 선관위 공직" 자소서 확인

내용엔 "공정과 청렴 중요하다" 적어

또다른 지원자는 '이재명 표창장' 강조

與 "입시 비리 조국 일가 떠올리게 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뉴시스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채용 당시 자기소개서에 부모님의 선관위 재직 사실 등을 기재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고위직 간부가 면접관들에게 자녀의 면접 사실을 고지한 것과 함께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전망이다.


12일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인천선관위 간부 자녀 정모 씨는 2011년 10월 인천선관위 경력채용에 지원하며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선거 관련 공직에 계셔서 선관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선거가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말고 다양하게 있다는 것도 알았다"고 적었다. 정씨는 자기 아버지의 근무지인 인천선관위 경력직으로 채용됐다.


정 씨 외에 자기소개서에 부친이 선관위에 근무한다거나 공직 종사 사실을 기재한 직원이 두 명 더 있는 것으로 선관위 자체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일례로 김정규 경남선관위 총무과장의 딸은 자기소개서에 "공직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준법정신을 배웠다"고 적었다.


또한 당시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자가 누구의 자녀인지 인지하고 있던 사례는 송봉섭 전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김정규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등 3건으로 나타났다. 송 전 차장과 김 과장은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자가 자신의 딸이라는 점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송 전 차장의 딸의 경우 자기소개서에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청렴이 중요하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져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고위 간부가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의 딸을 추천한 것 자체가 공정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은 송 전 차장과 지역·직장 연고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고, 송 전 차장의 딸은 면접관 전원으로부터 만점을 받아 채용됐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경력직 채용자들의 자기소개서 주요 내용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선관위가 엄격하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집권당과의 밀착도를 강조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아들은 서울선관위 경력채용 자기소개서에 재난기본소득 업무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공을 인정받아 2020년 12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점 역시 기재했다. 신 씨가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시점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돼 활동하던 시기와 겹친다.


궁지에 몰린 선관위는 특혜 채용 관련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선택적 부분 감사'를 받겠다는 것 자체가 부패 척결에 진정성이 없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을 '반쪽짜리'라고 규정하고 전면적 감사 수용과 노태악 선관위원장 및 선관위원 즉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공정성과 중립성이 기본인 선관위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는데도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며 '반쪽짜리 감사수용'을 하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부적절함을 넘어 국민들의 뜻을 온몸으로 저항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시 비리에도 의사 면허 붙들고 있는 조국 일가와 혼연일체가 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감사원 역시 선관위의 부분 감사 수용 발표 직후 문자 공지를 통해 "감사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박한 뒤 "감사원은 신속하게 감사팀을 구성해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를 지켜본 뒤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특혜 채용 의혹이 감사에서 더 나올 수 있고, 인사 문제 외에 북한의 해킹 방어 등 사이버 보안에 빈틈이 없었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고위공직자 친인척을 같은 기관에 채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과 대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 불가 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정정보도]


본지는 지난 6월 12일 '자기소개서냐 아빠소개서냐…선관위 특채 의혹 점입가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우용 전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자녀 신모 씨가 자기소개서에 '이재명'이라는 특정인의 성명을 부각해 기재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신 씨는 자기소개서에 '이재명'이라는 특정 인물의 성명을 기재하거나 강조한 사실이 없으며, 단순하게 업무상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여받았다고 기재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신 씨가 자신의 경력사항 중 표창·수상내역(외부단체 표창, 기초자치단체장 표창, 광역자치단체장 표장, 중앙정부부처 표창 심사대상 선정)을 작성함에 있어 특정인에 대한 강조 없이 수상한 이력 등을 단순 기재했던 것임을 확인했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