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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혁신?…정근식·김은경·김태일은 어떤 사람?


입력 2023.06.15 00:00 수정 2023.06.15 00:0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혁신위원장 후보 3인, 서로 다른 계파색 '뚜렷'

'친문-정근식, 친명-김은경, 비명-김태일' 갈려

'이래경 사태' 겪은 이재명 대표, 인선 부담감↑

혁신 범위 이견 등장에 '추가 장기화' 전망까지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뉴시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인선이 한 달째 공석이다. 당 지도부가 '이래경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인선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당내 일각에선 지지부진한 인선의 이유로 각 후보들을 향한 선호도가 각각 친명·친문·비명 등으로 갈린 만큼 지도부가 이번 인선을 계파 구도로 보고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특히 당내에선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까지 나온 만큼 이재명 대표가 인선에 있어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까지 등장하며 인선이 더 길어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기구 책임자 인선에 대해 "장단점을 비교하고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이 지적한 "막바지에 몰린 쇄신의 시간에서 우리는 그 귀한 한 달의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에 대해 이 대표는 "민주적인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준비기간이라고 이해해주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민주당이 쇄신 의원총회에서 혁신기구 설치를 결의한 지 한 달째가 됐지만 책임자 인선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어서다. 특히 지난 5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등 과거 발언 논란으로 9시간 만에 낙마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정밀한 검증이 요구돼 인선이 늦어지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애초 이번 주 초로 전망됐던 책임자 확정 및 공개는 다음 주 초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당내에선 혁신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가 다른 데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유력한 혁신위원장 후보로 압축된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등을 우호적으로 보는 시각이 당내에서 서로 엇갈려 나타나고 있단 분석이다.


김은경 교수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재인 대표 시절 당무감사위원을 맡았고, 문 정부 출범 이후인 2020년에는 여성 최초 금융감독원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앉아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이에 당내 친문 의원들에게서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국가 폭력과 피해자 기억, 동아시아 냉전 질서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정근식 교수 역시 문재인 정부 당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시절 경기연구원 이사와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19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의 발기인으로도 참여한 이력이 있어 친명계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시계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태일 전 총장은 지난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수성갑에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고, 2005년엔 같은 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또 2010년엔 민주당 개혁특위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2017년에는 국민의당 혁신위원장과 제2창당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내면서 민주당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교적 최근까지 언론 기고를 통해 현재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비명계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원욱 의원은 지난 13일 BBS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은) 정치를 아는 사람 등으로 압축될 텐데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지금 거론되는 세 명 중엔 김태일 교수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이 같은 비명계의 선호와 앞선 새정치민주연합 활동 당시 대표를 지냈던 김한길 현 국민통합위원장과 친분이 있어 지도부 측에서 인선을 꺼리고 있단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혁신위원장 인선이 점차 계파 대리전 양상을 나타내면서 이 대표의 선택에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세 분의 이력이나 특징이 명확하게 갈리는 편"이라며 "그나마 가장 무난한 인물로 뽑아 혹시 모를 잡음을 없애기 위해 인선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인선 장기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온 상황이다. 특히 비명계는 혁신위가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바탕으로 당 쇄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 지도부'도 혁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지만 혁신은 제대로 해야 한다. 혁신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정당이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혁신위의 임무를 바라보는 친명계과 비명계의 시각차가 큰 탓에 혁신위가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재차 이번 인선을 향한 당 안팎의 시선이 무거워지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선택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중요한 건 혁신위에 얼마나 큰 권한이 가느냐인 만큼 (위원장 후보가) 당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두고 지도부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마평에 오른 분들이 각자 생각과 방향이 다를 순 있지만 딱 갈라 특정 계파로 나누는 건 조금 무리지만 분명히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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