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수면제 게임 '디아블로3' 출시 11년 만에 후속작
성범죄 얼룩진 ‘블리자드’…디아블로4 개발 중 디렉터 교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속 국내 PC방 순위 4위로 내림세
글로벌 출시 이후 8천억원 이상 벌어…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수면제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르륵 잠이 든다고 해 붙여진 별칭이다. 과거 PC방에서 '디아블로3' 화면을 띄워놓고 잠을 청하고 있는 게이머들의 목격담과 사진이 올라오면서 유행어가 됐다. 한마디로 게임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디아블로3의 후속작인 디아블로4를 두고 이러한 네티즌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재앙이다. 블리자드의 게임 개발·운영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전작을 빗대 “디아블로3를 잇는 차세대 수면제 게임”이라는 최악의 평을 내린 이도 있었다.
지난 6일 국내에 출시한 디아블로4는 수면제 게임으로 불린 디아블로3의 오명을 씻기 위해 블리자드가 11년 만에 선보인 후속작이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이 시기 블리자드는 사내 성범죄 방임·은폐 등 회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 디아블로4의 개발을 총괄하는 디렉터까지 교체되기도 했다. 게임 디렉터란 게임 구상, 기획, 개발 등 신작이 출시될 때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디아블로4의 완성도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 이유다.
이러다 보니 게이머들도 디아블로4를 멀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피시방 데이터 분석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디아블로4의 PC방 점유율은 16일 현재 기준 7.89%로, 전체 게임 중 4위다. 출시 초반 반짝 올랐다가 내림세다. 그것도 최고 9%로, 10%를 넘지 못했다.
수면제 게임이라 불린 디아블로3조차 39%까지 오른 것에 비하면 초기 반응은 참담한 수준이다.
참고로 1위는 약 5년간 정상을 지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40.42%)가 차지했고, 2위는 넥슨의 '피파 온라인4'(9.74%), 3위 역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8.32%)로 집계됐다.
결국 지금의 명성을 얻게 해 준 '디아블로'·'디아블로2'에 버금가는 게임을 원했던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 됐다. 디아블로는 1996년 첫 출시 이후 핵앤슬래시(몰이사냥) 장르를 정립한 게임이다. 2000년에 출시한 디아블로2의 경우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초창기 국내 PC방 문화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게이머들의 평가에 비해 글로벌 전체로는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블리자드에 따르면 디아블로4는 출시 이후 5일간 전 세계 판매액이 6억6600만달러(한화 약8540억원)를 돌파했다.
이를 근거로 조금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다음 달 중 시작되는 첫 시즌을 본 뒤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게이머는 "게임은 취향에 따라 평가가 많이 갈리는 분야"라며 "오래된 팬의 처지에선 전체적인 짜임새나 작품성이 디아블로 디아블로2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수면제 게임'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 중 시작되는 첫 시즌을 본 뒤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디아블로4는 전작에서 50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메인 악당인 '릴리트'의 이야기를 다뤘다. 릴리트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3대 악마 중 하나인 메피스토의 딸이다.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기존 시리즈와 다르게 처음으로 오픈 월드 방식을 택했고 3개월 단위의 시즌제로 운영된다.